핵발전도 대체에너지?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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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논란의 대상이던 ‘핵 발전’을 용인하는 뜻밖의 결과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최근 온실가스 축소를 위한 획기적인 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한 이후 유럽에서 핵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차츰 힘을 얻고 있다.

EU 정상들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 기준연도인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방출량의 20%를 2020년까지 감축하고 이를 비(非)화석연료로 대체한다는 데 9일 합의했다.

그러나 환경론자들 사이에 EU의 계획이 오히려 유럽의 핵 발전 확산으로 귀결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EU 정상들이 정한 감축 목표 20%는 EU의 평균을 의미할 뿐이다. 회원국 각각의 사정을 고려해 앞으로 회원국의 개별 감축 목표를 정해야 한다.

따라서 진짜 논란은 이제부터다. 동유럽의 옛 공산국가들은 회원국 중에서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럽 최악의 환경오염 지대. 그러나 감축 활동 시작 자체가 늦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감축 목표는 오히려 평균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환경론자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대체에너지 사용 목표를 정함에 있어서 한 국가의 핵 발전 능력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EU 내의 분위기다.

전력량의 80%를 핵 발전으로 얻는 프랑스가 대표적. 프랑스는 원자력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비화석연료이므로 대체에너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고집해 왔다.

퇴임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 EU 협약을 자신의 12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EU가 이룩한 3가지 큰 업적 중 하나로 평가하며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을 치켜세운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대체에너지 20% 사용 목표를 맞추려면 핵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을 인정해야 한다”며 핵 발전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환영했다. 그는 영국의 낙후된 핵발전소를 재건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협약으로 인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체코의 경우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동유럽 국가. 그러나 핵발전소도 갖고 있으며 “EU의 목표를 따라잡는 것은 핵연료 사용을 확대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EU가 대체에너지로 원래 의도한 것은 풍력, 조력, 태양력 등의 재생에너지였으나 현실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처럼 핵 발전을 포함시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은 “EU 정상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데 미지근했다”며 “그들은 유럽의 끔찍한 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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