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은 긴장하라” 美언론 ‘송곳검증’ 불붙어

  • 입력 2007년 2월 20일 2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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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결정을 위한 민주·공화 양 당의 예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에서 유력 후보에 대한 언론의 혹독한 검증이 본격화됐다.

특징은 검증 가능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과거의 저술 및 의회에서의 투표경력에 대한 확인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 지지율 1위는 아니지만, 미지의 상태에서 인기몰이에 나선 민주당 흑인 상원의원 버락 오바머 후보에게 검증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자서전의 사실여부 검증=1차 검증작업은 후보가 과거에 쓴 자서전 및 회고록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과장이나 자기미화는 없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1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바머 후보가 1994년 출간한 책 '아버지로부터의 꿈'의 시카고 흑인빈민촌 운동가 시절의 활동이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컬럼비아 대를 갓 졸업한 청년 오바머는 83년 '알트겔드 가든스'라는 공공주택에 사용된 단열재가 폐암 유발물질인 석면으로 만들어졌다며 철거 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이 책 9장에서 23세의 자신이 어떻게 지역운동의 가능성에 눈을 떴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신문은 "그보다 먼저 이 운동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헤이즐 존슨이라는 핵심여성의 이름이 책에 등장하지 않았고, 지역신문인 '시카고 리포터'의 탐사보도가 가져온 반향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머가 자신의 역할을 과장했을 개연성을 거론한 것으로, '정직한 지도자'를 중요 기준으로 삼는 미 유권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2000년 하원의원 공천경쟁에서 오바머 후보에게 승리했던 같은 당의 현역의원 바비 러시 의원도 "오바머의 역할은 컸지만, 두 가지 사실이 빠졌다면 진실과 거리가 있다"고 거들었다.

오바머 의원실은 19일 "그 책은 역사기록이 아니며, 오바머가 모든 걸 다 했다고 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신문은 시카고 현장취재를 통해 이런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영부인 시절인 96년 '(아동교육에)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를, 정계진출 3년차인 2003년에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를 썼다. 아직 책에 거론된 내용을 둘러싼 구설은 없다. '살아있는 역사'는 출간 당시 "워낙 훗날 정계진출을 고려한 탓에 논쟁이 될 만한 팩트를 모두 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004년 '왜 용기가 중요한가'라는 책을 썼다. 그러나 대필 작가인 보좌관의 이름을 명시했고, 자신이 아닌 제3자의 용기를 다룬 만큼 검증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과거 경력·이력=오바머 후보는 어머니가 재혼한 인도네시아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이달 초 한 지역 언론이 "오바머가 이슬람 근본주의 학교인 '마드라사(Madrassa)'에 다녔다"고 보도했으나 주류 언론은 현장취재를 통해 "이슬람 국가의 초등학교지만, 근본주의 학교는 아니다"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사안은 곧바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힐러리 의원은 영부인 시절이던 90년대 과거경력 검증을 철저히 받았다. 이른바 클린턴 부부가 투자한 '화이트워터'사에 주지사인 남편의 영향력으로 정부예산이 부당하게 흘러들어갔는지를 놓고 언론과 특별검사의 집요한 추궁을 당시 받은 바 있다.

또 힐러리 의원이 2003년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반전기류가 유독 강한 민주당원 사이에서 단골 비판대상이다. 힐러리 후보는 "미국이 우방국의 지원을 얻는다는 조건 아래 전쟁에 찬성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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