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에 둔감한 이유? 희생자 많을수록 동정심 무뎌지니까"

  • 입력 2007년 2월 20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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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1. 참가자들에게 어린이 8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치료하려면 3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다음엔 어린이 1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 아이의 치료비로 3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실험2. 참가자들에게 굶주린 아프리카 소녀 사진과 굶주린 아프리카 소년 사진을 각각 보여줬다. 그리고 소녀와 소년이 함께 있는 사진을 제시했다.

두 실험의 결과는 이랬다.

실험1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어린이 8명 대신 어린이 1명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실험2에선 각각 소녀와 소년에겐 같은 정도의 동정심을 나타냈지만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동정심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폴 슬로빅 교수가 이 같은 실험을 토대로 인간의 동정심은 놀랄 만큼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전문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했다. 슬로빅 교수는 15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다.

슬로빅 교수는 "이 연구는 우울한 심리학적 경향을 시사한다"며 "사람들은 단 하나의 희생자를 불쌍히 여기지만 희생자 수가 늘어날수록 무덤덤해지며 88명이 죽는다 해서 87명이 죽는 것보다 더 가슴 아파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수단의 다르푸르 대량학살 사태를 접하면서도 둔감한 이유도 이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아르메니아와 우크라이나, 나치 독일, 르완다에서 대량학살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사회 심리 및 정치 제도적 구조를 이해하고 그 답을 찾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잔혹한 세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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