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교수 노릇도 못해 먹겠네…”

  • 입력 2007년 2월 1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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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교수 노릇도 못해 먹겠네."

최근 중국에서 강의에만 전념하는 교수라면 한번쯤 해봤을 푸념이다. 석·박사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부자 교수'에게만 몰리기 때문이다.

예전엔 학식이 높은 교수가 최고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외부에 '제2의 직장' 없이 학교에서 월급만 받는 신세라면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겸업 교수는 석·박사 지원자가 정원의 2~3배나 몰리지만 강단에만 있는 교수는 할당인원도 못 채우기 십상이다.

지난달 20~21일 치러진 올해 대학원 입학고사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했다. 시험을 앞두고 대학교수를 평가하는 모 인터넷 사이트가 '부호(富豪) 교수' 명단이라며 학교와 기업에 동시에 몸담고 있는 교수 명단(표 참조)을 올렸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의 총재나 이사장 총경리 등 최고경영진에 몸담고 있었다.

학생들이 겸업 교수들에게 몰리는 건 이들에게 지도받으면 전도(前途)가 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부 프로젝트가 많아 학생들이 공동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 당연히 실전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또 연구에 참여하면 프로젝트 비용도 일부 지원금 명목으로 받는다. 연간 2만 위안(약 240만 원)에 이르는 대학원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부모가 대주는 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강단에만 있는 교수보다 '¤시(關係)'가 넓은 겸업 교수가 보다 나은 일자리를 알선해줄 수 있다. 일석삼조(一石三鳥)다.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일부 학생들은 오전에 회사가고 오후에 강의하는 교수가 어떻게 강의에 전념할 수 있고 전공분야 실력을 연마할 시간이 있겠느냐고 비판한다. 부자 교수를 좇는 학생도 '전도(前途) 아닌 전도(錢途)'를 찾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요즘 중국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아카데미의 이론을 곧바로 검증해보고 사회경험을 곧바로 강단에서 가르칠 수 있으니 보다 효율적이고 국가나 개인, 학생에게도 모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겸업을 하는 교수는 전체의 1% 안팎에 불과하다. 겸업 허가는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개혁개방 30년이 가까워진 지금, 중국의 시장경제는 지덕(智德)으로 평가받는 상아탑까지 '돈 바람'으로 휘감고 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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