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부시, 체니보다 古典을 곁에 두오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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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독자가 e메일을 보내왔다. 8세짜리 아들에게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해리 포터’ 등장인물들에 빗대어 설명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피터 페티구루,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루시우스 말포이, 잘못된 게 없다고 우기는 현 정부 지지자들은 코넬리우스 퍼지, 그리고 폭스뉴스는 ‘예언자일보’ 기자 리타 스키터라는 식이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역사적, 문화적 스토리에 빗댄 400여 통의 독자 편지 중 하나였다. 여러 편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고전은 중동에 발을 넣기는 쉬워도 빼기는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 주는 크세노폰의 ‘아나바시스’(소아시아 원정기)였다.

문학 작품에 빗댄 이런 독자 e메일은 내가 지난달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은 고전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지식인’이라고 쓴 것에 대한 반응으로 온 것이다. 나는 그 칼럼에서 2400년 전 시칠리아 원정의 증파 실패를 지적한 투키디데스의 글과 원칙을 제쳐 두고 모험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의 위험을 경고하는 ‘모비 딕’을 인용했다.

내가 이라크 증파 반대 의견을 지지해 줄 고전 작품만 뽑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이라면 증파안을 지지할 어떤 작품을 인용할지 궁금해진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나 ‘햄릿’이 아닐까?

그러나 훌륭한 고전 중에서 지도자에게 남의 나라를 침범하고, 전쟁 상황이 악화될 때 오히려 군대 규모를 늘리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비판에 코웃음 치면서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하라고 하는 작품은 없다.

역사와 문학은 하나같이 ‘의심하고, 또 회의하라’고 조언한다. 데스데모나(비극 ‘오셀로’의 여주인공)의 간통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생각할 때조차 진실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고전은 전쟁의 충동을 저지하는 신중한 성향을 갖고 있다.

아마 인간이 타고난 공격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 작가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충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결국 잘못을 범하게 된다는 점을, 또한 그 충돌 국면에서 헤어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지적한다.

문학은 인간들을 오만의 늪에서 구해 내고자 수없이 많은 경고를 해 왔다. 동양의 고전도 마찬가지다. 중국 철학의 핵심 주제는 중용의 필요성이고, 손자병법이 장군들에게 주는 충고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과 붙어 앉아 있지 말고 그 시간에 이런 글을 읽어야 한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여론을 무시하고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전략 선회에 굼뜨고, ‘모 아니면 도’ 식의 행보를 보이는 크레온 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레온의 아들은 그 아버지에게 “휘어지는 나무는 계절을 버텨 내지만 너무 뻣뻣하면 결국 부러진다”며 자비를 간청한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혜로운 리더십을 구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비판에 귀 기울이며, 강함뿐만 아니라 동정심도 보일 줄 아는 지혜, 그래서 올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을 원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잘 때 머리맡에 ‘일리아드’를 놓아두고 읽다 잠들곤 했다. 부시 대통령은 베갯머리에 ‘안티고네’를 놓아둬야 할 것이다.

로라 부시 여사를 위해서는? (아테네 여성들이 성 파업을 일으켜 남자들의 침략욕을 좌절시킨다는 내용의)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는 어떨까?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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