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환경도 인권에 포함” vs 美 “정치적 서류일뿐”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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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90% 이상이 인간 활동에서 비롯됐다”는 2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가 전 세계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유럽은 교토의정서보다 강화된 국제 협약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토 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미국은 공화 민주 양당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중국과 인도는 애써 외면했다.

▽목소리 높이는 유럽=지구온난화에 대해 미국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온 유럽은 이번 IPCC 보고서를 계기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모든 나라를 포함하는 새로운 유엔 환경기구 창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라크 대통령은 3일 유엔환경계획(UNEP)을 대체할 새 유엔환경기구를 창설하고 안전한 환경을 기본 인권의 하나로 규정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파리에서 열린 국제 환경 당국자 및 전문가 회의에서 그의 제안을 46개국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크마르 가브리엘 독일 환경장관은 이날 독일 일간 디 벨트와의 회견에서 “국제 기후 정책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10∼1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는 유엔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반 사무총장이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스타브로스 디마스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2일 “2012년에 끝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협정이 필요하다”며 2009년까지 새 협약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응 엇갈린 미국=미 백악관과 에너지부는 IPCC 보고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국 내의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에는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샘 보드먼 에너지 장관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작다”고 말해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기존의 인식과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평소 IPCC를 비판해 온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하원의원은 유엔 보고서를 “과학적인 보고서가 아닌 정치적인 서류”라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과학이 부패한 빛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원 환경 및 공공사업 위원장인 민주당의 바버라 박서 의원은 “보고서는 온난화 문제를 무시해 온 정책 결정자들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 우리는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체만체하는 중국 인도=미국과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 온 중국과 인도는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4일까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3면 구석에 3줄짜리 기사로 간단하게 보도했다. 다른 주요 매체 역시 짤막한 신화통신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게 전부였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만이 유일하게 1면 톱기사로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전하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인도 일간 인디언엑스프레스는 “유엔 보고서는 인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인도는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프로디프토 고시 인도 환경삼림장관은 “보고서에 기초한 정책 제안이 나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로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굴뚝 기업들 “온실가스 소송사태 오나” 긴장▼

‘굴뚝 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온실가스 소송에 걸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보고서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초래됐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온실가스 대량 방출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벌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오들리 셰퍼드 변호사는 2일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온실가스 방출기업이 ‘위험성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IPCC 보고서에서는 화석연료에 의한 온난화 가능성이 66%로 나타나 지금까지만 해도 정부와 기업들이 책임을 피해 갈 여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 소송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담배 석면 등의 경우 건강에 해롭다는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도 그 피해가 법원에서 인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는 대기와 섞이기 때문에 원고가 본 피해 가운데 어느 정도가 피고 기업의 온실가스 방출에서 비롯된 것인지 계량화하기 어렵다.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바네사 하버드 윌리엄스 변호사도 “(원고의 피해와 피고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지구 온난화 ‘사람 탓’ 규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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