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스위치’뇌속에 있다

  • 입력 2007년 1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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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특정부위를 조절하면 흡연 욕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마약 등 약물중독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어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와 아이오와대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26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뇌피질 속에 있는 ‘섬엽(insula)’이 손상되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섬엽’은 신체 정보를 불안 슬픔 욕망 등의 감정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 불안한 느낌이 들게 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한 애연가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섬엽이 손상된 뒤 하룻밤 사이에 흡연 욕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임상보고에 착안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를 다친 환자 중 평소 담배를 피운 69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이 중 섬엽을 다친 19명 가운데 13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특히 12명은 하루 이내에 담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했다. 뇌의 다른 부위를 다친 환자는 50명 중 힘들이지 않고 담배를 끊은 사람이 4명에 불과했다.

연구에 참여한 앙투안 베카라 박사는 “약물중독 치료에서 가장 힘들다는 욕구를 없애는 방법을 찾았다”며 “앞으로 섬엽을 표적으로 하는 금연 약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학계는 “약물중독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소장인 노라 볼코 박사는 “마약 등 다른 약물중독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경두개 자기자극(TMS)을 이용해 섬엽에 자극을 가하면 구체적인 기능을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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