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외모, 유권자 사로잡는 중요한 잣대

  • 입력 2007년 1월 1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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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뛰어나고 스타일이 좋은 정치인이 과연 대중의 사랑의 더 받을까. '이미지 정치' 시대가 되면서 외모에 신경 쓰는 정치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세계 곳곳에서 박빙의 선거가 펼쳐지면서 세련된 스타일과 잘 생긴 외모가 부동층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모나리자의 미소'를 닮은 루아얄

올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세골란 루아얄 사회당 후보가 연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눈부신(dazzling)" "빛나는(radiant)" 같은 형용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모나리자의 미소를 닮았다"는 극찬까지 나오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루아얄의 정책 부재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지만 루아얄의 화려한 외모에 가려 좀처럼 빛을 보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테네시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헤럴드 포드 민주당 후보는 결국 패했지만 승리한 밥 코커 공화당 후보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쟁쟁한 정치 경력을 지닌 코커 후보는 피플지에 의해 '50명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에 선정될 정도로 탁월한 외모를 지닌 경쟁자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에콰도르 대선에서 승리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정치 신인'으로 당초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경쟁자 알바로 노보아 후보에 비해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2003년 스웨덴과 핀란드 대학 연구팀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할 경우 선거에서 잘 생긴 남성과 여성 후보는 그렇지 못한 상대 후보보다 각각 8%, 10% 정도씩 더 표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2일자)는 분석했다.

그러나 잘 생긴 외모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차기 영국 총리를 노리는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는 경쟁자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보다 외모가 더 낫기는 하지만 '동안(童顔)' 스타일로 잘 생겼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저씨 스타일'인 브라운 장관보다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워싱턴을 사로잡은 '펠로시의 진주'

워싱턴 정가는 패션과 가장 거리가 먼 곳으로 꼽혀왔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세련된 스타일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입는 4000달러짜리 아르마니 정장이나 마놀로 블라닉 구두, 페라가모 액세서리는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최대 8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타히티산 흑진주 목걸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주문하는 여성들도 급증했다.

펠로시 의장이 검정색 바지정장 위주였던 과거의 다른 여성 정치인들과 달리 과감한 자주색이나 붉은색 치마 정장을 소화해 내는 것에 대한 호평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는 19일 "펠로시 의장의 옷차림은 돈이 많지 않은 여성들도 따라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며 "패션 리더인 그녀가 워싱턴 정가의 촌스러운 드레스 코드를 바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경우 지난해 초 바깥으로 뻗쳤던 머리스타일을 부드럽게 바꿔 화제가 됐다. 코디네이터를 쓰지 않고 직접 쇼핑과 디자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작년 말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여성 정치인들은 여전히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남성에 비해 외모에 과다하게 쏠리는 관심, 거기서 쏟아지는 가십들 때문에 정책 같은 진중한 논의가 묻힐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

클린턴 상원의원은 영부인 시절 화장과 옷차림이 툭하면 언론의 도마에 올랐고, 라이스 장관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검정치마와 검정 부츠 차림을 했다가 '여성지배자(dominatrix)'라는 딱지가 붙기도 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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