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운영 채광-제련업체 카자흐무스

  • 입력 2007년 1월 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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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지난해 4월23일 발표한 '영국 최고 갑부 명단'에는 낯선 성(姓)을 가진 동양인 2명이 포함돼 있다.

바로 중앙아시아 최대 기업이며 세계 10위의 구리채광·제련업체인 카작무스의 이사회 의장 김 블라디미르(45) 회장과 대표이사 차용규(49) 사장이다.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인 김 회장은 모두 14억3700만 파운드(약2조6287억원)의 개인자산으로 34위, 삼성물산 상무 출신인 차 사장은 8억 파운드(1조4606억원)로 68위에 각각 올랐다.

두 사람이 '영국 부자 순위'에 들어간 것은 2005년 10월 카작무스를 런던 주식 시장에 상장하고 본사를 런던에 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작무스의 주가 총액은 26억 파운드(약 4조7471억원). 김 회장이 40%, 차 사장이 15%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직원 6만8000명의 카작무스는 2004년 현재 매출액 13억 달러, 순이익 4억4130만 달러의 '알짜 회사'다. 카자흐스탄 제즈카즈간에 대규모 구리광산이 있고 제련소도 갖고 있다. 독일 등에 자회사가 있다. 구리 뿐 아니라 아연과 금 은도 생산한다. 생산된 광물은 대부분 중국에 수출한다.

하지만 카작무스는 1991년 카자흐스탄이 독립할 때만해도 적자투성이의 전형적인 옛 소련 국영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속에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결국 카자흐스탄 정부는 1995년 이 회사의 경영을 삼성물산에 위탁했고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수직 계열화로 카작무스를 초대형 일관 구리 생산 업체로 만들었다. 2000년 위탁경영 기한이 만료되자 삼성은 아예 카자흐스탄 정부 지분을 인수하고 차용규 당시 삼성물산 알마티 지점장을 공동 대표로 임명했다. 차 사장과 김 회장은 2004년 삼성으로부터 모든 지분을 인수해 회사의 새 '주인'이 됐다.

생산기지는 카자흐스탄에,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카작무스의 대주주는 대부분 한인이다. 니 블라디미르 부회장 등 임직원 상당수도 고려인이다. 고려인과 한국인이 힘을 합쳐 "원소기호에 있는 지하자원은 다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카자흐스탄에서 21세기 '엘도라도(황금의 땅)'신화를 이룬 것. 카작무스는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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