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정 바란다면 '초고층 빌딩' 건설 피하라?

  • 입력 2006년 12월 1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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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 건축이 경제 불황을 부른다?'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 씨가 10일 블룸버그통신 칼럼에서 '역사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과 경제 위기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이색 주장을 제기했다.

칼럼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1997년),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1974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930년)과 같은 사례처럼 초고층 빌딩에 집착하는 인류의 열망은 경제위기의 전조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대공황 시기인 1929년 크라이슬러 빌딩이, 1930년에는 당시 세계 초고층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뉴욕에 잇따라 들어섰고 이어 경제위기가 닥쳤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 역시 고정환율제를 골격으로 하는 브레튼우드 체제가 붕괴되고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던 1970년대에 문을 열었다.

그 뒤 한동안 잠잠했던 초고층 빌딩 건설 경쟁은 콸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 타워로 인해 다시 시작됐다. 이 건물은 아시아 경제위기 와중에 완공됐다.

현재 세계 초고층 빌딩은 2004년 지어진 대만 타이베이 파이낸셜 센터(일명 101빌딩). 이 건물 역시 '초고층 빌딩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 해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암살 위기를 모면했으며 중국과의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다.

페섹 씨는 "이 같은 여러 사례가 증명하듯 초고층 빌딩과 경제위기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으며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도 세계 경제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믿자면 꽤 불길한 '예언'이다. 현재 아시아를 중심으로 각국이 초고층 빌딩 경쟁에 앞 다투어 뛰어들고 있기 때문.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중동 경제의 허브' 두바이에서는 대만의 101빌딩을 뛰어넘는 2300피트(약 701m) 높이의 버즈 두바이가 올라가고 있다. 최근 두바이를 방문한 아시아태평양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자이스버거 씨는 "건설 중인 모든 건물들이 고대 로마 최후의 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신흥 경제대국 중국은 상하이국제금융센터를 짓고 있다. 인도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에는 140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 건설계획이 진행 중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 2008년 완공 목표로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터에 1903피트(약 580m) 높이의 국제비즈니스센터를 올리고 있다.

페섹 씨는 "초고층 빌딩 건설은 기술 혁신보다 경제 붐에 영향을 받는다. 가장 높은 빌딩을 가지려는 열망은 갑작스런 자본 유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미국 달러화 폭락, 중국 경제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고유가 외에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지정학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경제 안정을 바란다면 '초고층 빌딩의 저주'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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