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헷갈리는 미국의 주택 경기

  • 입력 2006년 11월 23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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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을 사세요. 좋은 매물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주택에 대한 투자는 확실한 투자였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얼마 전부터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이 같은 내용의 광고를 싣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기 지역에서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2분기(4~6월)가 들어서면서 주택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주변의 괜찮은 주거지역에서도 최고점에 비해 5~7% 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이 주택매입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에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좀 더 기다려보면 마음에 드는 집을 수만 달러나 더 싸게 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구입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들까지도 앞으로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을 밝게 보는 낙관론자들은 우선 낮은 금리에 주목한다. 11월 현재 평균 모기지 금리는 6.24%로 고점의 6.80%에 비해 0.56% 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어 모기지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매물이 소화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을 사는 사람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기 때문에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내년 집값이 전체적으로 10%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경제전문가 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2명이 "주택경기가 저점은 지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17명은 "아직도 최악의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올해 집값은 평균 2.8% 오르는데 그치고 내년에는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13.4%였다.

미국에서 주택경기는 소비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 경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미국 백악관이 22일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3.3%에서 2.9%로 낮춘 것도 향후 주택시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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