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언 日유바리 시의 눈물겨운 재기 노력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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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니 갈 곳이 없고, 남아 있자니 지옥이다.” 올해 6월 파산을 선언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 시가 21일 재정재건계획을 공개하면서 이곳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비명이다. 유바리 시가 이날 마련한 시민설명회에서는 “지금까지도 고생스럽게 살아왔는데 이보다 더 비참하게 살라는 말이냐”며 울부짖는 시민도 있었다.》

유바리 시의 재정재건계획은 무리하게 관광사업을 벌이다가 360억 엔(약2880억 원)까지 늘어난 빚을 내년부터 20년 동안 갚아 나가기 위한 자구 노력을 담고 있다.

유바리 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70명인 시청 직원을 4년간 70명으로 줄이고 월급도 30∼60%씩 삭감하고 시가 보유한 각종 시설물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빚을 갚기에 충분치 않자 세금과 공공요금을 대폭 올리고 교육, 의료, 복지, 문화 등 각 부문의 행정서비스를 최소 수준에서만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전기와 수도 요금을 아끼기 위해 이미 지어 놓은 7개의 공중화장실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유바리 시의 자구노력은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고령자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각각 7개와 4개인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1개씩으로 통폐합된다. 이렇게 되면 15km가 넘는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도 생긴다. 1인당 보육료는 연간 12만6000엔(약 100만 원)을 인상한다. 한때 탄광도시로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 마지막 탄광이 폐쇄된 뒤 어렵게 살고 있는 유바리 시민들에게는 적지 않게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고령자들은 병원을 다닐 때 적용받던 버스요금할인 혜택이 없어져 최고 4배 이상 부담해야 한다. 7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바리 시민들에게는 이 또한 파장이 만만치 않은 조치다.

이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유바리 시 감독권한을 가진 총무성은 “아직 멀었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총무성은 유바리 시의 공공서비스가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자구계획을 더 강화하게 할 심산이다.

재정 상태가 나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에게 “제2의 유바리 시가 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게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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