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석 10년 만에 인도 방문 ‘친디아 경제권’ 밑그림 그린다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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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무굴제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타지마할(위)과 중국 황제가 제사를 지내던 톈탄(天壇)을 합성한 이미지. 두 거인 중국과 인도가 협력을 통해 다시 ‘세계의 중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인도 무굴제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타지마할(위)과 중국 황제가 제사를 지내던 톈탄(天壇)을 합성한 이미지. 두 거인 중국과 인도가 협력을 통해 다시 ‘세계의 중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친디아 동맹이 현실화하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23일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이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방문은 50년간 껄끄러웠던 양국의 과거를 청산하고 ‘친디아 협력시대’를 활짝 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는 첫발을 언제 어떻게 내딛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경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친디아 경제권의 탄생이 가시화될지 모른다는 전망 때문이다.

▽용상상박(龍象相搏)에서 용상동반으로?=양국 사이에는 1962년 전쟁으로까지 치달았던 영토 문제가 있다. 그 역사가 긴 데다 양국의 시각차가 너무 커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3380km의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티베트의 야루창부 강과 인도의 브라마푸트라 강이 연결되는 8만3000km²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양쪽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있으면 일단 미뤄 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한다’는 구존동이(求存同異) 차원에서 영토 문제보다 경제협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영토 문제에 발목을 잡히기에는 동반성장으로 가는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양국은 ‘에너지 신사협정’을 맺어 에너지 확보 경쟁 대신 협력의 길을 택했다. 7월에는 양국 사이에 44년간 막혔던 비단길 ‘나투라’를 다시 열었다. 또 중국은 나투라 길에 이어 인도와 철도도 이을 예정이다. 칭짱철도를 연장해 라싸(拉薩)에서 르카쩌(日喀則)-야둥(亞東)을 연결하고 나중에 인도의 강토크까지 연결한다는 계획. 이미 시가체까지는 구체적인 건설 계획이 잡혀 있다.

▽친디아의 파괴력=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민총생산은 구매력기준(PPP)으로 8조8830억 달러, 인도는 3조6660억 달러였다. 이를 합치면 12조5490억 달러로 미국의 12조310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다. 13억 인구의 중국과 10억9000만 명의 인도가 손잡았을 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이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시작으로 현재 구상하는 대로 2010년까지 교역 규모를 500억 달러로 늘리고 2015년에 FTA를 체결한다면 2025년 미국을 넘어서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것은 확실하다.

급성장하는 양국의 경제협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의 무역은 아직 중국 전체 무역의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뜻이다.

2004년 12월 CIA 국가정보위원회가 낸 2020년 프로젝트 보고서 ‘세계의 미래 예측’에서 “중국과 인도는 19세기의 독일과 20세기의 미국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닐 것이며,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중국과 인도가 선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PC)의 21%와 TV의 30%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미국에 이어 2위 소프트웨어 수출국이다. 친디아 경제구상의 핵심은 중국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세계의 생산 기지’ 중국과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허브’ 인도가 양국 경제를 서로 보완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만은 않을 FTA 체결=하지만 친디아 경제권 형성의 첫걸음인 FTA 체결까지 가는 데에는 난관이 많다. 중-인 FTA가 처음 거론된 것은 2003년. 인도가 먼저 제안해 2004년에는 2015년까지 체결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그러나 인도는 곧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이제는 중국이 적극적이다. 중국은 공해산업과 노동집약 산업을 인도로 옮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도는 경쟁력 있는 분야가 IT밖에 없어 자칫 중국경제에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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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미칠 영향

친디아 단일경제권의 탄생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친디아 경제동맹이 실현되면 한국 기업이 불리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의 뒤를 잇는 거대 소비 시장이면서 ‘세계의 공장’이 될 인도를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구매력 수준이 여전히 낮은 데다 성향도 브랜드 인지도나 디자인보다는 가격과 품질을 따지는 실용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 인도 소비자들이 한국의 ‘프리미엄’ 상품보다는 중국의 중저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수석연구원은 ‘인도의 대중국 경제협력 현황과 배경’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의 경제협력이 진전될수록 인도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양국이 고도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원 확보에 나선다면 국제 자원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결국 한국-인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고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을 활성화하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인도 FTA 협상은 한창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의 FTA 체결은 아직 구상 단계일 뿐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오영일 책임연구원은 “친디아 시장의 통합은 그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라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어 흐름을 지켜보고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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