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에 주변국 '벌벌'

  • 입력 2006년 11월 7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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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도 서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은 러시아의 자원 공급 정책에 마음을 졸여야 할 듯하다.

러시아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최근 그루지야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내년 1월부터 1000㎥당 110달러에서 230달러로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경영진이 크렘린 전 현직 관료 출신들인 가스프롬은 국영기업에 가깝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그루지야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앞서 그루지야가 러시아 장교들을 '첩보활동을 했다'며 체포하자 러시아도 불법체류 그루지야인을 추방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모스크바를 찾은 베쥬아쉬빌리 그루지야 외교장관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이번 조치로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75%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그루지야 국민들은 지난해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됐다. 그루지야는 올 초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가스 공급이 일부 끊기기도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정책은 다소 고삐가 풀렸다. 올해 8월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총리가 내각을 이끌게 되자 러시아는 내년부터 1000㎥당 130달러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3월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 인상 문제로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러시아의 가스 인상 정책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있다. 가스프롬은 '형제' 국가로 불리는 벨로루시에 천연가스를 1000㎥당 47달러에 공급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200달러로 4배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자원 무기화야말로 러시아 '실용외교'의 근간이라고 설명한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을 CIS와 서유럽에 대한 정치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 카드로 바렌츠 해 가스 개발권을 이용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중앙아시아 가스 수입 확대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러시아 산 가스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충분하지 않기에 올 겨울에도 러시아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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