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최대호수 둥팅호가 사라진다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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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乾坤日夜浮(건곤일예부)

"옛날에 동정 호를 들었는데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오나라와 초나라의 땅이 동남쪽으로 갈라졌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유명한 오언율시(五言律詩) '등악양루(登岳陽樓)'의 앞 구절이다.

이런 명시를 낳게 한 중국의 2대 담수호 둥팅(洞庭) 호가 급격히 줄어들어 100년 뒤엔 아예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신화(新華)통신과 런민(人民)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급속히 작아지는 호수=2000년 전 둥팅 호는 자그마한 호수였다. 창장(長江) 강이 물줄기를 남쪽으로 틀면서 호수는 커지기 시작했다. 1640~1825년엔 6000㎢까지 커져 중국의 최대 호수였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호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 4350㎢이던 호수 면적은 최근 2625㎢로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전 100여년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가 6배나 빨라진 것. 크기로 본 호수 순위도 1950년대 초 중국 내 2위였지만 이제 3위로 내려갔다.

후난(湖南) 성 수리청 둥팅호 관리국에 따르면 최근 호수 면적은 매년 40㎢씩 줄고 있다. 호수의 평균 수심도 매년 3㎝씩 얕아지고 있다. 둥팅 호로 들어오는 물줄기 가운데 하나인 펑수이(¤水) 강의 어귀에 있었던 치리(七里) 호는 토사가 13m나 쌓이면서 이미 '치리 산'으로 불린다.

▽왜 작아지나=가장 큰 이유는 창장 강과 후난 성의 상장(湘江), 위안장(沅江), 쯔수이(資水), 펑수이(¤水) 4개 하천에서 흘러드는 토사 때문이다. 창장수리위원회에 따르면 1951년부터 1978년까지 흘러든 토사는 매년 평균 2억1600만 t. 이중 6300만 t은 하류로 흘러나갔지만 나머지 1억 5300만 t은 그대로 호수에 쌓였다.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부피가 줄긴 했지만 28년 동안 누적된 퇴적량이 27억t에 이른다.

최근 싼샤(三峽) 댐이 건설된 뒤 호수로 유입되는 토사는 다행히 6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흘러드는 토사가 연간 6000만t에 이른다. 30년 뒤엔 싼샤 댐에 쌓인 토사도 하류로 그대로 방출할 수밖에 없어 둥팅 호로 유입되는 토사는 7900만 t으로 다시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간 노력의 한계=퉁팅 호가 줄어들면서 1954년 320억t이었던 홍수방지 능력은 최근 35억t으로 크게 줄었다.

창장 강을 제외한 나머지 하천에서 토사 유입량이 느는 것은 농민들의 무분별한 개간 때문이다. 현재 후난 성 정부는 4개 지류 주변의 농지 가운데 경사가 25% 이상인 곳은 모두 다시 삼림으로 바꾸는 '퇴경환림(退耕環林)' 정책을 실시 중이다.

또 제방을 높이고 호수바닥을 준설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오는 토사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후난 성 수리청 둥팅호 관리국 류광웨(劉光躍) 국장은 "이 속도대로라면 100년 뒤엔 둥팅 호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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