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기업들, 선진국 기업 ‘꿀꺽’

  • 입력 200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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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 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6일 발표한 ‘2006년 세계투자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해외직접투자의 특징을 이렇게 정의했다. UNCTAD는 “개도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고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남쪽(빈국)’으로 분류되던 나라들이 ‘북쪽(부국)’ 국가의 다국적 기업을 집어삼키는 ‘남북 역전 현상’이 세계 경제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철강, 광업 등 굴뚝 산업에서부터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첨단 산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의 컴퓨터 기업 레노보는 지난해 미국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해 단숨에 세계 3위 PC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홍콩 재벌 리카싱 씨가 소유한 AS왓슨은 프랑스의 화장품 업체 마리오노를 지난해 인수했다. 이집트 재벌인 나귀브 사위리스 씨는 120억 달러에 이탈리아 전화회사 윈드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인도의 철강 재벌 라크슈미 미탈 씨가 경영하는 미탈스틸도 온갖 난관을 딛고 유럽 최대 철강업체 아르슬로를 올 6월에 인수해 세계 최대 철강 회사를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미탈의 아르슬로 인수를 공공연하게 반대했다. 겉으로는 ‘자국산업 보호’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심 선진국의 자존심도 걸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 가운데 개도국이 투자한 금액은 2004년보다 5% 증가한 1330억 달러였다. 전체 해외직접투자액 가운데 개도국의 비중이 1987년에는 4%였지만 지난해는 13%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도의 타타스틸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철강 그룹인 코루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고, 브라질의 광업회사 CVRD도 캐나다의 세계 2위 니켈광업회사 인코리미티드 인수에 착수해 ‘남쪽’ 기업의 ‘북쪽’ 공략이 계속되는 추세를 증명했다.

UNCTAD는 “세계 경제력이 개도국 지역, 특히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세계의 비즈니스 파워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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