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추종 일본 ‘아시아인’ 공감 부족”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코멘트
한일 양국의 지식인이 모여 더불어 살아갈 길을 찾아보는 세미나가 7∼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동아시아 평화포럼 2006: 우리는 동아시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가 그것. 세미나는 한국의 평화포럼과 일본의 이와나미(巖波)서점 및 피스보트 등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이와나미서점, 니와노재단이 후원한다.

일본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교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자민당 의원 등 30여 명이, 한국에서는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 오재식 아시아교육원 원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등 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 측 준비를 맡은 오카모토 아쓰시(岡本厚·사진) ‘세카이(世界)’ 편집장을 3일 만나봤다.

―행사의 취지는….

“1995년 전후 50주년을 기념해 크리스챤아카데미의 강원용 목사와 이와나미서점의 야스에 료스케(安江良介) 사장이 주도해 열었던 한일 심포지엄을 계승한 것이라 보면 된다. 학자 저널리스트 정치인 NGO활동가들이 모여 이 지역이 처한 ‘난문(難問)’을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짜 보자는 것이다.”

―제목이 왜 ‘동아시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인가. 당연한 얘기로 들리는데….

“일본에는 ‘일본인’이란 의식은 있어도 ‘아시아인’이란 인식이 전혀 없다.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건 근대 초기부터 일본은 구미와 함께 간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과는 의식의 간격이 크다. 제대로 아시아의 이웃들과 공감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오카모토 편집장은 1954년생으로 와세다(早稻田)대를 나와 1977년 이와나미서점에 입사한 이래 ‘세카이’ 한 군데에서만 일해 왔다. 96년부터 편집장을 맡았다.

―일본 내에서도 친한파에 속한다. 어떤 인연으로….

“대학 시절 세카이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T.K생’이란 필명으로 연재한 ‘한국통신’(훗날 지명관 교수가 썼다는 사실이 알려짐)을 읽었고 김대중 납치사건 때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공부하지 않는 풍토와도 관련이 있다. 얼마 전 아는 교사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독도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학생들이 입을 모아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가 ‘그럼 다케시마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을 못하더라는 것이다. 상대 쪽에서 말해 오니 대결하듯 답하지만 그 이상 깊이 생각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게 정말 무섭다.”

―왜 무서운가.

“날이 갈수록 기술은 거대화되고 있다. 지혜를 갖지 못하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가령 일본의 평화헌법이 개정돼 지금은 자동차니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는 도요타나 소니가 그 기술력으로 군수산업에 뛰어든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무서운 세상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