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로버츠號’ 2기 출범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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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이 바뀌면 판결도 변한다. 판결의 변화는 세상의 흐름을 바꾼다. 지난 1년간 8명의 대법관이 교체된 한국만이 아니다. 요즘 미국 언론의 눈길은 지난해 새로 임명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그가 이끄는 사법부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2일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연방대법원이 이날부터 2기 활동을 시작해 38건의 소송 심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1기(2005년 10월∼2006년 6월)에는 업무 인수인계에 쫓겨 판결을 많이 내놓지 않은 것과 달리 이제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법조계는 앞으로 달라질 판결 성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관 9명의 성향은 보수 대 진보가 4 대 4에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왔다. 반면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강경보수파. 대법원장 역시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판례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는 이슈는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Partial-Birth Abortion Act of 2003)’의 위헌 여부. 이와 관련해 ‘곤잘레스 대 칼하트’ 사건으로 불리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부분출산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지는 사건이다.

부분출산 낙태시술은 임신부의 자궁에서 태아 머리를 끄집어낸 뒤 사망하도록 하는 방법. 반대론자들은 이 방법이 잔인하고 일종의 ‘영아 살해’에 해당하므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고 안전한 시술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이 시술이 불가피하다고 찬성론자들은 지적한다.

6년 전 네브래스카 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 대해 “산모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낙태 금지는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산모의 건강상태를 언급하지 않은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학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도 주요 안건에 올라 있다. 학생을 다인종으로 구성하기 위해 ‘흑인은 전체의 15% 이상’이라는 식으로 정해 놓은 학교 규정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따지게 된다. 시애틀과 루이스빌의 두 곳에서 대학 진학에 실패한 백인 학생과 학부모가 낸 관련 소송은 12월에 심리가 시작된다.

이른바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으로 불리는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액 제한 여부도 관심사다. 오리건 주의 폐암 환자 가족이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받아 낸 액수는 무려 8000만 달러. 대법원은 징벌적 배상 범위를 ‘실제 피해금액의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 주가 “온실가스 효과를 가속화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행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낸 소송도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된 첫 대법원 심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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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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