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청문회]“작전권 이양, 새로운 동맹 韓요구 따른것”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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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와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 워싱턴=연합뉴스
27일 열린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와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 워싱턴=연합뉴스
《27일 열린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청문회의 제목은 ‘한미동맹의 위기?’였다. 거의 3시간이나 계속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미동맹, 전시작전통제권, 방위비 분담, 대북 제재, 비자면제 프로그램,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재 한미 간 이슈가 모두 다뤄졌다. 미 국방부에선 리처드 롤리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이, 국무부에선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출석해 증언했다. 특히 롤리스 부차관은 전시작전권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하는 국방부의 철학과 논리, 양국의 군사지휘 구조 재조정 방향을 공식 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논리의 골격과 내용에는 한국 국방부가 기존에 공식적으로 밝혀 온 설명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대목이 많았다. 》

▽롤리스 부차관=재래식 전력의 방위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 것은 성숙한 한미관계의 다음 단계를 위해 합당한 일이다. 한국에선 ‘지휘시스템 변화는 미국이 한국을 버리려는 신호가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전시작전권 이양은 자연스러운 전개 과정이며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그렇게 돼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나란히 함께 있는 각각의 독립된 지휘시스템으로 바뀌며,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앞으로 3년 내에 낮은 위험부담을 안고 전시작전권 이양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이란 시한이 야심적(ambitious)일지도 모르지만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믿는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반미나 한미동맹의 종식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6·25전쟁의 기억이 희미해 미국의 희생에 대한 기억도 약하며, 새로운 (동맹관계의) 목표를 세운다. (전시작전권 이양은)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결정됐다.

▽롤리스 부차관=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새로운 방위구조로 옮겨가면서 미국은 미군만이 갖고 있는 ‘동맹의 생명능력(life-of-alliance capabilities)’인 공군 및 전략, 정보능력 등을 계속 지원할 것이다.

초점은 수치가 아니라 능력이므로, 새로운 지휘관계가 수립되고 한국의 방어를 지원할 미국의 역할이 분명히 확정되면 전반적인 미군 병력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지만 전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규모는 진전되는 상황에 맞춰 계속 조절될 것이다

롤리스 부차관은 이날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많은 발언을 했고 힐 차관보도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적절한 규모를 제공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간간이 거들었다.

▽롤리스 부차관=한국의 방위비 분담 지원이 반드시 강화돼야 하며 미군이 적절한 훈련시설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우리(미군)가 실제 전쟁 상황에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방위비 분담 문제는 한미동맹에 던져진 도전이다. 그 이유는, 간단히 말해 현재 한국이 지원하는 분담 수준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우리(주한미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지원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에는 필요한 예산의 10%인 6000만 달러(약 600억 원)가 부족했다.

일부에선 묻는다. 그렇게 부족한 예산으로 어떻게 주한미군을 유지하느냐고. 대답은 이렇다. 지방을 빼고 살을 빼고 뼈를 깎아 내야 한다고. 우린 그렇게 했다. 우리는 지금 뼈를 깎아 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힐 차관보=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문제인 북한의 경제 실패, 독재체제(의 극복)도 관심 대상이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자유라는 목표는 공유하지만 접근 방법이 때론 미국과 다르며 우리는 한국과 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처하는 국제적 조치들을 지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참석 의원들 공방

“北인권 침묵 한국, 美가 흘린 피 배신”

“부시 정신분열증적 한반도정책 문제”

이날 청문회는 중간 선거를 앞둔 탓에 대다수 의원이 불참했다. 내년 1월로 32년간의 의당 활동을 마치는 헨리 하이드(공화) 위원장은 ‘마지막 회의 진행일’인 이날 동료 의원들과 증인들에게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하이드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직면한 이견은 더 성숙하고 평등한 동맹으로 가는 길에 놓인 돌부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8월 서울 방문과 9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2차례 만났다.

그러나 그는 “한국영화 ‘괴물’에서 보듯 반미감정을 선동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이 없다면 동맹은 단지 공허한 종이 쪽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인 데이너 로러바커(공화당) 의원도 “한국 정부는 미군의 희생에 감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50여 년 전 미국인이 흘린 피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도적 식량지원은 웃기는 일(ridiculous)”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국제관계위원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톰 랜토스 의원은 “두 나라가 더는 최고의 친구가 아니지만, 경제 정치 안보상 많은 유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의 여지없이 한미동맹은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교관 출신의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인 짐 리치(공화당)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제재보다 더 무모하고 위험하며 미국의 국익에 저해되는 건 없다”며 대북 제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게리 애커먼(민주당) 의원도 “부시 대통령의 정신분열증적 (한반도)정책은 2001년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개 모욕하는 등 계속됐다”며 공화당의 한반도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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