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사형 주사기’…“독극물주입 극심한 고통”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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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 맨 워킹’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사형집행 순간. 사형수인 남자 주인공은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몇 분 안에 목숨을 잃는다. 미국에서 사형제를 유지하는 38개 주 중 37개 주가 채택한 사형 집행 방식이다.

이 ‘사형 주사기’가 위헌이라는 논란이 법정에 섰다. 26일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서 이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심리가 시작된 것. 4일간의 심리에서는 교도관과 사형집행관, 의학 전문가 등이 증언할 예정이다.

1981년 여고생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마이클 모랄레스 씨의 변호인단이 “사형수에게 고통을 주는 독극물 주입방식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8조 위반”이라며 낸 소송이 2월에 받아들여진 결과다.

제러미 포겔 연방법원 판사의 수용 결정으로 당시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던 모랄레스 씨의 사형 집행은 극적으로 정지된 상태.

이날 첫 심리에서 수의사 케빈 콘캐넌 씨는 동물 안락사 과정을 소개하며 “현행 방식은 사형수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증언했다. 반면 검찰 측은 “독극물 주입 방식은 위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형 집행은 사형수의 양팔에 꽂은 주입 튜브를 통해 1단계 마취제, 2단계 근육 마비제, 마지막 3단계로 독극물을 투입하는 순서로 7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함량 조절이 잘못되면 마취 효과가 떨어지면서 의식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

변호인단은 “근육 마비로 표현은 불가능하지만 사형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비전문가들이 집행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은 윤리선언에 따라 사형 집행에 참여하지 않고 최종 사망 확인만 해 주고 있다.

이번 심리 결과는 638건의 사형 집행이 대기 중인 캘리포니아 주 및 메릴랜드, 미주리 주 등 사형 집행이 일시 중단된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논란이 많은 사형제도의 존폐에 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6월 “사형수가 독극물 주입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법적 권리를 갖는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지만 연방 차원에서 독극물 주사를 이용한 사형 집행이 위헌인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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