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장진호 전투 ‘신화’ 美 로런스 前 해병대 준장 별세

  • 입력 2006년 9월 2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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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1월 29일 미국 해병 1사단 7연대와 5연대 소속 군인들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북한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의 유담리에서 철수하는 모습. 미 해병대 사진사가 철수 도중 눈이 수북이 쌓인 산길에서 휴식하는 병사들을 찍었다. 사진 출처 올리브드랩 사진 컬렉션
1950년 11월 29일 미국 해병 1사단 7연대와 5연대 소속 군인들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북한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의 유담리에서 철수하는 모습. 미 해병대 사진사가 철수 도중 눈이 수북이 쌓인 산길에서 휴식하는 병사들을 찍었다. 사진 출처 올리브드랩 사진 컬렉션
24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부고란 한가운데에 제임스 로런스 해병대 예비역 준장의 사망 소식이 비교적 상세하게 실렸다. 국방부 부차관보까지 지낸 경력 때문만이었을까.

그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옛 소련이 벌인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2대 동계(冬季)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1950년 11월)의 영웅이라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8일 미국 국립 해군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향년 88세.

워낙 치열했기에 그만큼 많은 영웅을 탄생시킨 장진호 전투. 다른 영웅들에게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한 그였지만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 1사단 제7연대 보병 2대대를 이끌고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그의 희생과 노력이 더해지면서 미 해병은 10배의 전력인 중공군 12만 명의 남하를 상당 시간 저지할 수 있었다. 북한 지역의 피란민 10만여 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남쪽으로 철수할 수 있었던 것도 장진호 전투 덕분이었다.

▽장진호 전투=미국 최정예 해병 1사단이 전멸의 위기에서 벗어난 장진호 전투는 미군 역사상 잊을 수 없는 전투의 하나. 단일 전투에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 무공훈장만 17개에 이를 정도였다.

로런스 당시 소령은 6·25전쟁이 발발한 뒤 1950년 9월 15일 미 해병 1사단 제7연대 보병 2대대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인천상륙작전에 앞장섰던 미 해병 1사단은 전선을 미 8군에 인계한 뒤 인천에서 철수해 10월 말 원산에 상륙했다.

선봉에 선 해병 7연대는 11월 25일 개마고원 장진호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이틀 후인 27일 밤 중공군이 대공격을 감행했다. 부대원 절반이 전사했지만 간신히 이를 막아냈다.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중공군은 특유의 인해전술로 총공세를 펼쳤다. 로런스 소령은 장진호 전투에서 당시 스트레스로 제구실을 못한 대대장과 중상을 당한 부대대장을 대신해 지휘관으로서 2대대를 이끌었다.

해병 1사단이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전국도 일대 긴장에 휩싸였다. 만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이 무렵이다.

12월 6일 미 수송기를 통해 보급품을 지원받은 1사단은 차량 1000대를 이용해 중공군 포위망을 뚫고 극적으로 흥남으로 이동했다. 이때 선봉에 선 부대가 바로 로런스 소령이 이끈 부대. 올리버 스미스 사단장은 “우리는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치열한 전투로 중공군의 대대적인 남하를 지연시킨 1사단은 12월 15일부터 흥남에서 선박을 동원해 수많은 피란민과 함께 철수했다.

▽로런스 소령의 수훈=한국어로 된 지도가 없었던 당시 일본어 표기인 ‘초신(長津)’으로 불렸던 이곳 전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초신 퓨(Chosin Few)’로 불렸다. 그만큼 미 해병대 사상 가장 참혹한 전투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졸업 직후 해병대에 입대한 로런스 소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을 상대로 한 과달카날 전투로 동성훈장을 받았고, 장진호 전투로 두 번째 동성훈장을 받았다. 그는 또 부대원들의 추천으로 미군에게 두 번째 명예로운 훈장인 미 해군 수훈장(Navy Cross)까지 받았다. 6·25전쟁 참전 후에 조지 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미 해병대 태평양사령부 법률 담당 수석장교, 국방부 부차관보 등을 역임한 뒤 1972년 전역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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