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사들 “수업이 두려워”…506명 ‘지도력 부족’ 판정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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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도권의 한 공립 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쳐 온 40대 여교사 A 씨는 지난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서를 냈다.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읽게 한 뒤 중요한 곳에 밑줄을 긋게 하는 게 전부인 수업방식이 문제였다. A 씨는 교육당국의 결정에 따라 수업방식 개선 연수를 2년간이나 받았으나 적응에 실패해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본에서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교사들이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학생들과 교실 안팎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교육당국에서 ‘지도력 부족’ 판정을 받은 공립 초중고교 교사가 지난해 말까지 506명에 이르렀으며 이 중 103명이 A 씨처럼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판정 의뢰 권한을 가진 교장이 눈감아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506명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교실에 들어가기가 두려워 아예 등교하지 않은 채 민간단체에서 교육받는 교사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06명의 나이 분포를 보면 40대가 45%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7%로 뒤를 잇는 등 중견교사일수록 지도력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사에게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위가 없어졌는데도 종전의 감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어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업무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평교사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하는 교장과 교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공립 초중고교에서 교장이나 교감이 평교사 복귀를 희망한 사례는 71건으로 2001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쿄(東京)도 교직원조합 관계자는 “교장과 교감이 명예직이었던 시절은 끝났으며 지금은 경영능력을 요구받는 시대”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교장, 교감상(像)과 다른 점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10년마다 한 번씩 평가를 받아 교사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어서 베테랑 교사들의 ‘수난’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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