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공종식 특파원 미 공중급유기 탑승기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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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쇼’ 공중급유 순간공중급유를 받기 위해 F-16 전투기 두 대가 일단 공중급유기인 KC-135 옆으로 접근하고 있다(위). 뒤쪽의 F-16기 한 대가 KC-135기 뒤편 아래쪽에 접근해 연료 주입 호스인 붐을 기다리고 있다. KC-135 기내=공종식 특파원
‘하늘의 쇼’ 공중급유 순간
공중급유를 받기 위해 F-16 전투기 두 대가 일단 공중급유기인 KC-135 옆으로 접근하고 있다(위). 뒤쪽의 F-16기 한 대가 KC-135기 뒤편 아래쪽에 접근해 연료 주입 호스인 붐을 기다리고 있다. KC-135 기내=공종식 특파원
미 공군 군수사령부 소속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항공기인 FA-22 랩터. 사진 제공 미 공군
미 공군 군수사령부 소속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항공기인 FA-22 랩터. 사진 제공 미 공군
“반갑다” 상공서 만난 F-16…“잘가라”2분만에 급유 완료

“귀마개를 하세요. 자칫하면 청력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뉴저지 주 맥과이어 미 공군기지. 오하이오 주에 있는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로 가기 위해 공중급유기 KC-135기에 탑승하자마자 미 공군관계자들이 귀마개를 나눠 줬다.

KC-135기 내부는 마치 거대한 창고 같았다. KC-135기 내부의 양쪽 가장자리 바닥을 따라 방석처럼 배치된 의자는 꽤 불편했다. 고개를 뒤로 젖힐 수도 없었다.

KC-135기는 수송기는 물론 구조용 비행기 역할도 한다. 베트남전쟁에서는 전투기가 태평양을 건널 수 있게 연료를 채워 준 것은 물론이고 손상된 전투기와 접속해 인근 공군기지까지 이동시키기도 했다.

이윽고 항공기가 비상했다. 실험 삼아 귀마개를 빼 봤더니,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아 견디기 어려웠다.

출발한 지 1시간 반. 항공기가 오하이오 주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공중급유쇼’가 시작됐다.

공중급유를 받을 F-16기 두 대가 KC-135기에 접근해 나란히 비행했다. 공중급유를 받겠다는 신호다. 5분쯤 지나자 F-16기 두 대는 KC-135기 후미 아래쪽으로 접근했다.

공중급유의 하이라이트는 KC-135기의 연료주입용 호스인 붐(boom) 조작승무원과 급유를 받는 조종사의 완벽한 의사소통이다. KC-135기와 F-16기가 똑같이 고도와 속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다.

2, 3분이 지나 ‘공중 도킹’이 성공하자 KC-135기 아래쪽에 있던 붐 조작승무원 에디 마크 하사가 누운 채로 붐 발사 버튼을 눌렀다. KC-135기 연료탱크에서 연료가 F-16기로 빨려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마크 하사는 “매번 하는 공중급유이지만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된다”고 말했다.

미 공군이 보유한 주력 공중급유기인 KC-135는 소형승용차가 198만4000km를 운행할 수 있는 9만719kg의 연료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

공중급유는 특히 전투기 등 군사 목적 항공기의 작전 반경을 넓혀 주는 것이 핵심 임무. 걸프전에서도 톡톡한 효과를 봤다. 1991년 1월 미국 루이지애나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 7대는 35시간 동안의 작전시간 동안 비행해 걸프만을 폭격하고 돌아왔다. 공중급유 덕분에 가능했던 최장거리 전투 출격이었다.

미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적어도 한 대 이상의 공중급유기를 언제라도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대기시키고 있다.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미국 공군 군수사령부. ‘메가톤급 군수 수출산업’의 전초기지다. 한국은 2000∼2003년에 37억 달러(구매 계약 완료 기준) 상당의 무기를 수입한, 미국의 네 번째 무기수입국.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KC-135를 타고 미 공군 군수사령부가 있는 오하이오 주 라이트패터슨 기지를 지난달 30, 31일 다녀왔다. 한국군도 2009년엔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획기적으로 늘려 준다는 것.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한국 전투기의 작전능력이 평양∼원산 이남에서 한반도 전역은 물론 그 이상으로 확대되므로 통일 이후의 동북아 정세변화 대응에도 필수적이다. ‘북한 위협’을 내세우는 일본은 내년부터 공중급유기를 실전에 배치키로 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

오하이오 주 출신으로 비행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라이트 형제의 이름을 딴 이곳은 미 공군 군수사령부 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지난달 30일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기자를 압도한 것은 부대의 규모였다. 거대한 오하이오 평원에 자리 잡은 기지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활주로에서 사령부 본부까지 가는 데만 차로 20분이 넘게 걸렸다. 수백, 수천 개의 건물이 포진해 있는 부대는 거대한 도시였다. 겉으로는 군 기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 공군 군수사령부는 항공기를 포함해 미 공군이 사용하는 모든 무기 체계 조달과 정비가 주요 임무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도 맡고 있다. 바로 군수수출 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이다. 세계 1위의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군수업체가 외국과 맺는 수출 계약 대부분을 이 사령부가 대행하고 있다.

“9200달러짜리 연습용 미사일에서부터 35억 달러에 이르는 F-16 전투기까지, 공중에서 움직이거나 공군 전투와 관련된 모든 무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군수사령부에서 해외 무기 판매를 담당하는 데이브 에이드슨 준장의 설명이다. 현재 무기판매액은 960억 달러. 천문학적인 액수다. 판매계약이 이미 완료됐거나 교육 훈련 지원 및 정비를 비롯한 추가계약 사항이 진행 중인 건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 외국 조종사 훈련과 정비 등 ‘부가 서비스’도 제공해 준다. 에이드슨 준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아무에게나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첨단 무기인 만큼 탐내는 국가들이 많지만 판매는 동맹국 위주로 이뤄진다. 해당 무기의 전략적 파급효과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무기 판매계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군수사령부에 파견된 해외 연락장교들도 철저히 동맹국이거나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 중심이다. 현재 이스라엘 독일 일본 한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 29개국의 연락장교들이 군수사령부에 파견돼 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무기의 해외 판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1차적인 변수는 해당 국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보고서. 대사관은 관련 무기가 판매됐을 때 지역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서를 작성해 본국 정부에 보고한다고 안내를 맡은 관계자가 귀띔했다.

군수사령부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첨단 무기 개발을 위한 기초기술 개발. 이곳에 위치한 공군리서치 센터는 오래 전부터 초고속 항공기를 비롯한 최첨단 항공기 엔진개발을 준비해 오고 있다.

이미 항공기 대체 연료개발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매년 32억 갤런의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미 공군은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석유의 절반을 소비하는 ‘큰손’.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공군은 대체연료를 항공기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의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석탄을 액화시켜 만든 연료와 기존 제트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안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군수사령부는 9월에 B-52를 가지고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미국 곳곳에 풍부한 석탄을 이용해 비행하는 항공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팀 에드워스 수석연구원은 “혼합연료 사용으로 공군은 큰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B-52 엔진 중 2개 엔진에 대체연료를 주입해 시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오하이오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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