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번 돈 66% 해외서 썼다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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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 무역을 통해 순수하게 벌어들인 돈의 3분의 2가 해외여행 및 유학경비 등 해외 소비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내세웠던 소비 증가세가 실제로는 해외소비에 집중돼 있어 ‘소비 증가→국내 투자 확대→고용 창출→소득 증대→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는 것.

정부는 이런 이유로 해외소비 급증이 한국 경제의 ‘블랙홀’이 될 것으로 우려해 해외소비 자제를 촉구하고 있을 정도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서비스수지 적자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해외여행과 유학 증가에 따라 크게 늘어났다.

산업자원부가 15일 발표한 ‘상반기 서비스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6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88억8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 증가한 것이다.

서비스 수출은 10.6% 늘어난 244억7000만 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17.6% 증가한 333억5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은 역시 해외여행이었다.

관광 유학 연수 등으로 발생한 여행서비스 수지 적자는 57억9000만 달러로 적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12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 중 내국인이 해외여행이나 연수, 유학 명목으로 상반기 중 해외에 나가 쓴 돈은 84억3000만 달러(약 8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수출로 벌어들인 상품수지 흑자규모인 129억 달러의 66%에 이르는 것이다.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힘들게 외국에 물건을 팔아 남긴 100달러 가운데 해외여행이나 유학경비로 66달러를 사용한 셈이다.

상반기 내국인 1명이 해외에서 쓴 돈은 1242달러였지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1명은 895달러를 지출하는 데 그쳤다.

○ 해외소비, 한국경제의 블랙홀?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한국경제에 착시(錯視)현상을 일으키면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 역할을 하는 경제현상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수출 증가가 국내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소비가 증가해도 국내 투자 및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이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가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주원인이 해외소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1∼3월) 3.2%, 2분기(4∼6월) 3.0%, 3분기(7∼9월) 4.0%, 4분기(10∼12월) 4.2%였으며 올해 1분기도 4.8%의 탄탄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겉으로는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치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민간소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국내 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5%대에 그친 데 반해 해외소비는 17.4%의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 사실상 민간소비의 증가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은 해외소비가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소비는 국내의 투자 및 고용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재경부는 지난해 해외여행 지출로만 약 28만5000명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국장은 “정부는 해외에 쓸 돈을 국내에서 쓸 수 있도록 국내 서비스업 육성에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힘만으론 역부족”이라며 “국민이 가급적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캠페인까지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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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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