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중동전 역사상 가장 잘 싸웠다”

  • 입력 2006년 8월 15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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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레바논에 휴전이 개시되자 관련국과 당사자들은 저마다 승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근거지를 장악했다는 점을 내세웠고, 헤즈볼라는 전력상 열세였지만 끝까지 맞서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타임스, BBC 등 유력 언론들은 "승자는 없이 패자만 남긴 분쟁"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국 손익계산=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를 일부 장악하는 전과를 올렸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되기 전 완충지대를 최대한 넓히겠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그러나 전력의 압도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게다가 민간인 대량살상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은 이스라엘의 치명적 손실로 꼽힌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강성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지상군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 공습에만 의존해 헤즈볼라를 완전 소탕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씨는 "역사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전 중동전쟁과 비교해 볼 때 아랍권이 이스라엘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끈질기게 괴롭힌 일이 없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오랜 전투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보유하던 로켓의 3분의 1을 써버렸고 일부 지도자들이 숨졌다. 레바논 남부의 거점을 잃어 '국가 속의 국가'로 군림해오던 기존의 지위도 약해질 위기에 처했다.

주변국 가운데선 유엔의 휴전 결의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프랑스가 외교전의 승리자로 평가됐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내세워 헤즈볼라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로 즉각 휴전 에 반대하다 여론에 밀려 타협안을 수용해 초강대국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남은 쟁점=휴전이 유엔의 결의문대로 충실히 유지될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있다. 휴전이 개시된 14일에도 산발적 교전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때까지 남부 레바논에서의 철군을 거부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주둔해 있는 한 맞서 싸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평화유지군과 레바논군이 남부 레바논을 접수하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한 휴전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평화유지군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프랑스가 가장 먼저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화유지군이 배치되고 나서도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서방 언론들은 지적한다. 평화유지군이 무력한 것으로 판단되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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