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美대학가 “하이에크 읽었니?”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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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한산한 미국 대학가에서 바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수주의 그룹들. 이들이 개최하는 서머캠프, 세미나, 스터디그룹은 연일 대학생 참가자로 북적거린다.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미국 보수주의의 ‘바이블(성서)’로 통하는 저서들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 ‘보수주의 시대’가 돌아왔다. 3일자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대학가를 주도해 온 진보적 분위기가 퇴색한 반면 보수주의를 신봉하고 연구하는 노력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에서 소규모 지방대에 이르기까지 상아탑에 불고 있는 최근 보수주의 열풍의 특징은 현실정책보다 이론 연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비판하기 위해 미국 보수주의의 철학·사상적 근거를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보수파 대학생들의 주장이다.

대학생 사이에 인기가 높은 학자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러셀 커크, 프랭크 메이어,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 등 1940, 50년대 미국 학계를 주름잡았던 자유주의 사상가들. 이들의 저서는 대학생 사이에 필독서가 된 지 오래다.

대학가의 보수주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도 많다. 대개 주머니가 두둑한 보수단체들이 대학생 및 교수들과 연계해 각종 행사를 조직하고 있다. ‘경제교육재단(FEE)’은 시장경제, ‘클레어몬트 재단’은 미국 건국정신을 주제로 대학가에서 대형 세미나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공화당 의원 밑에서 일할 대학생 인턴을 선발해 워싱턴으로 보낸다.

보수파 학생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은 정치인은 부시 대통령이 아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그에 대한 사랑은 거의 숭배 수준이다. 정통 보수주의 철학을 가장 충실하게 정책에 옮겼다는 평가다. 일부 연구 프로그램은 ‘서부 백악관’으로 불렸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목장을 순례하는 코스까지 갖추고 있다.

제임스 시저 버니지아대 정치학 교수는 대학가 보수주의 열풍에 대해 “요즘 미국사회에서 보수주의라는 단어가 난무하지만 본격적으로 보수주의를 연구하는 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대학들의 인문사회 분야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진보주의 위주로 꾸며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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