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서 강탈해온 유물전시…문화박물관?탐욕의전시장?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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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20일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 ‘케 브랑리’ 박물관이다.

‘브랑리 강변’이라는 뜻으로 이는 박물관이 있는 거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위치는 아주 좋다. 에펠탑에서 잰걸음으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으로 센 강이 바라다 보인다.

아프리카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 등 비서구 지역의 예술품 30만 점이 전시돼 있다. 주로 원시 토착 예술품이다. 이른바 ‘문화의 다양성’을 표방한 박물관이다.

프랑스 언론매체들은 박물관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물관 성격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하필이면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들과 불편한 관계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그런 나라의 유물들로 가득한 박물관의 문을 열었느냐 하는 점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박물관 개관식 연설에서 “과거 탐욕스러운 정복자들에 의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복자였던 프랑스가 강탈해 온 유물이 포함된 박물관에 바치는 연설로서 적절한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10대 때부터 제3세계 예술품에 심취했던 시라크 대통령은 1995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 박물관의 건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만든 프랑수아 미테랑, 퐁피두센터를 건립한 조르주 퐁피두 등 재임 중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의 전통을 따른 것.

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언론들은 대통령의 업적을 드러내놓고 찬양하지만은 않는다. 르몽드는 “이 박물관은 아마도 시라크가 대통령 시절 우리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물관 이름이 ‘시라크 박물관’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시라크 대통령도 “언젠가 이 박물관이 시라크 박물관으로 알려진다면 대단한 영광일 것”이라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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