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미국’지구촌 눈살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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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도부의 신중치 못한 외교 언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자살, 이라크 새 정부 출범 등을 둘러싼 미국 지도부 인사들의 외교적 결례가 미국의 대외 이미지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일 보도했다.

10일 관타나모 수감자 집단자살 사건 이후 미국 지도부는 조의를 표하기보다는 비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 수용소 폐쇄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수용소에서 그런 일은 생기기 마련”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리 해리스 관타나모 수용소장은 수감자 자살이 “미국에 대해 불공정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은 콜린 그래피 국무부 부차관보. 캐런 휴스 국무차관에 이어 미국의 대외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2인자인 그래피 부차관보는 “수용소에서의 자살은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번 사건은 자살폭탄 테러를 촉발시키기 위한 테러단체의 홍보전략”이라고 말해 오히려 미국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1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기습 방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도착 5분 전에야 방문 사실을 통보한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이라크 국민 사이에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이라크 안정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미국 지도급 인사들의 무례한 외교 언행이 잇따르면서 미국의 대외 이미지도 하락곡선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전쟁 개시 이후 다른 나라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인보다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가 더 나쁘고, 미국보다는 미국 지도자의 이미지가 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먼 서파티 미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2기 부시 행정부가 대외홍보 담당부서를 출범시키고 북한 이란 등과 대화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지도부 인사의 인식체계는 ‘일방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이미지 하락이 전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호전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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