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자녀 문화교육 현장”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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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저녁식사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2일자)가 제기한 의문이다. 가족식사가 청소년 자녀의 성적 향상과 비행(非行) 억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제시된 적이 있다(본보 4월 7일자 A14면 참조). 타임은 “그렇다면 어떤 가족식사가 좋다는 말인가”라고 묻는다.

함께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고 해서 제대로 된 가족식사는 아니라고 타임은 답한다. 패스트푸드를 집으로 배달받아 함께 먹는 가족식사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미국 도미노피자는 하루 평균 100만 개의 피자를 가정 등에 배달한다.

식탁에서 아이들이 말싸움을 하거나 TV만 보고 부모도 일과 중 남은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가족식사는 합격선을 넘지 못한다.

미 럿거스대 로빈 폭스(인류학) 교수는 “가족식사가 단지 음식을 먹는 행위일 뿐이라면 튜브로 입속에 음식을 밀어 넣으면 된다”며 “식사는 자녀들에게 문화를 가르치는 현장”이라고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식탁은 가족의 문화가 전수되는 산실이다. 아이들이 겪는 세상 일이 가족 특유의 시각으로 정리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또 때로는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고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해소되는지를 배우는 교육장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만 주는 것도 옳지 않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미 미네소타대 윌리엄 도허티 교수는 “식사는 나누는 행위이며 나눔은 곧 타협”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은 식탁에 올라온 음식을 먹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학업 때문에 너무 바쁠 것’이라며 자녀들을 식탁에 부르지 않는 고정관념도 잘못된 것이라고 타임은 진단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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