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고학력 美 이민자의 비애’ 보도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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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고 미국에 이주한 고학력 이민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취업시장에서 평가절하되어 허드렛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소개했다.

몽골 출신의 회계사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방글라데시의 의사는 택시 운전사로, 벨로루시에서 온 철학박사는 서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 준다는 것.

이런 ‘인적 자원의 낭비’는 언어 장벽 때문이라기보다 과거 이들의 능력이나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를 적극 선전하고 열의를 보여야 하는 미국적 정서를 인지하지 못한 이민자들의 ‘무지’도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

몽골에서 잘나가는 회계사로 활동하다 미국인 남편을 만나 2003년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오유마 케네디(36) 씨. 그는 샌드위치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다 얼마 전 미국의 한 회계법인에 취직을 시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근무에 대한 열의와 적극성을 따져보기 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낮잠을 잘 것”이라는 한가한 답을 했던 것.

몽골 최고의 사립대인 울란바토르대에서 그가 받은 학위도, 몽골 주식시장에서의 활약도 미국 회사 고용주들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이런 실수를 줄여 취업 인터뷰 요령을 익히게 하고, 능력 있는 이민자들을 관련 업계와 연계해 주는 민간 취업지원기관도 생겨났다.

샌프란시스코의 ‘업워들리 글로벌(Upwardly Global)’의 제인 류 대표는 “미국 업계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해외 인력을 데려오지만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없을 만큼 능력 있는 이들이 이미 미국 내에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취업시장은 아직 ‘수요’보다는 ‘공급’이 월등히 많은 편. “UG가 아직 비영리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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