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韓-美 ‘제2외교’ 포럼 정례화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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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주체는 국가다. 그러나 민간 학자들이 학술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행위도 최근 들어 ‘제2의 외교(Track Two·트랙 2 외교)’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1,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서울-워싱턴 포럼은 새롭게 시도되는 ‘트랙 2 외교’의 시험장이다. 이 포럼을 주도한 학자들이 기존의 한미 학술외교를 이끌어 온 인물들과 성향 면에서 크게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이 포럼은 세종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매년 한 차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개최하게 된다.

임동원(林東源) 세종재단 이사장이 회장을, 백학순(白鶴淳) 세종연구소 연구실장이 사무총장을 맡았고 양성철(梁性喆) 전 주미대사, 문정인(文正仁) 국제안보대사, 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국 내 ‘햇볕정책 지지 학자군’이 망라된 셈이다.

백 실장은 “1998년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이 낸 보고서(페리 프로세스)를 보고 이런 학술회의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이 서울에서 면담한 인사들이 대부분 영어에 능통한 보수 성향의 학자들인 것을 보고 한국 정부의 대응 논리를 미국 측에 설명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는 것.

미국 측에선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 등 보수인사와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연구협의회 연구위원 등 진보성향 학자가 골고루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힐, 제임스 켈리 등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전현직 국무부 차관보가 오찬 연설을 맡았다. 내년부터는 한국 측 참여인사도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게 백 실장의 계획이다.

그동안 워싱턴에서는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AEI),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등 주류 싱크탱크가 자체적으로 한반도 관련 세미나를 열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학자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미 의회의 한반도 관련 청문회에 나서는 증인도 주로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싱크탱크나 의회의 보수적 성향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중량급 학자 가운데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할 인사가 많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와 한국의 진보학자들은 이처럼 보수담론이 지배하는 현상 때문에 워싱턴에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종연구소와 미 조지타운대가 공동 주최한 학술행사도 이런 맥락에서 기획된 것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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