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민족주의 확산… 석유확보 경쟁 활활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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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에너지 확보 전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등으로 치솟는 국제 유가가 꺾일 기미가 없는 데다 산유국들의 석유 국유화 바람까지 거세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안보를 걸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아프리카, 알래스카 등지로 자원 확보 지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세계 ‘에너지 정치’ 구도 재편=석유 국유화 바람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1일 볼리비아 정부가 석유와 가스 산업 시설에 대한 국가통제권을 강화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에콰도르도 외국 석유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를 인상할 조짐이다. 아프리카 차드는 세계은행이 차관 동결을 해제하지 않으면 석유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조만간 대선을 앞둔 페루와 멕시코에서는 석유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건 좌파 후보들이 절대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 소비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되도록이면 산유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협력하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론, 로열더치셸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산유국의 국유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세계 에너지 수급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는 형편이다.

▽미국-중국 에너지 대격돌=전문가들은 석유 국유화 조치 외에 이란 핵 문제, 이라크전쟁, 나이지리아 소요 사태, 허리케인 피해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한동안 유가가 내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세계 1, 2위 석유 수입국인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자원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양국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곳은 아프리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연두교서에서 중동산 석유 수입 비중을 75%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의 최대 석유 수입지역은 중동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지난달 아프리카 3개국 방문으로 자원외교 행보에 본격 나섰다. 중국은 최근 다르푸르 인종 학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수단에 대한 유엔의 제재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수단은 중국 석유 공급의 7%를 책임지고 있다.

지금까지 채산성이 떨어져 무시됐던 에너지원에 대한 양국 간 경쟁도 치열하다. 중질 원유를 함유한 모래인 타르샌드 매장량이 많은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올해 3월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가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에너지 확보에 국가안보가 걸렸다=각국이 에너지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안정적 자원 확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서는 중동, 남미 산유국들이 공급을 제한할 경우에 대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에탄올의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석유개발 논란도 다시 불이 붙었다. 알래스카 야생보호구역에는 100억 배럴이 넘는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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