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경제의 방향타’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가다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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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려온 독일 경제는 어떤 차세대 엔진이 움직이게 될까.

매년 4월 열리는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설정한 ‘의제(Agenda)’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노버 복합산업단지에서 24일부터 5일간 열리는 올해 박람회의 핵심 주제는 △최첨단 오토메이션(공정자동화) △인도 △차세대 에너지 등 세 가지다.

▽‘정확한 독일기계’ 명성 그대로=개막일인 24일 대회 주빈국인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ZAR 5’와 악수하는 모습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ZAR 5가 기존의 인간형 로봇과 다른 점은 머리가 없다는 것. 그 대신 어깨와 팔꿈치,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관절 구조가 인간과 동일하다. 마디마다 달린 센서로 상대방의 위치와 압력을 정확히 측정해 ‘인간과 악수하는 느낌’을 메르켈 총리에게 전했다.

이처럼 정확한 계측과 반응은 1970년대부터 명성을 이어온 독일 산업용 로봇의 장기. ‘정밀계측과 공정자동화에 관한 한 독일이 최고’라는 점을 ZAR 5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한 것이다.

ZAR 5를 제작한 페스토사와 공정자동화 분야의 선두업체인 ABB사 등 100여 개 기업은 다양한 오토메이션 장비를 선보였다. 거의 모든 장비가 레이저 계측에 의한 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의 정밀 제어기술로 제작됐다.

▽10억 인구 인도를 선점하라=지난해 처음으로 러시아가 주빈국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인도가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인도가 세계 경제의 강국으로 떠오를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긴밀한 관계를 맺어두겠다는 독일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독일은 지난해 인도 수입액의 4.4%, 수출액의 3.8%를 차지해 각각 5, 6위에 올랐다. 이르면 올해 안에 영국을 제치고 인도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으로 올라선다는 게 독일 정부의 계획이다.

메르켈 총리는 개회사에서 “두 나라 모두 에너지 안보와 과학기술 육성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친화형 에너지로 고유가 극복=주최 측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은 대안 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시설의 전시. 800여 개 업체가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행사장 주출입구 앞의 3개 전시장에 부스를 설치해 미래형 에너지와 관련된 첨단 설비 등을 선보였다.

독일은 지난해 세계 풍력발전 설비 시장의 46%를 차지해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력, 풍력, 태양열 발전 등 연료비가 들지 않는 환경친화형 전력의 생산비율을 지난해 10.2%에서 2020년엔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로마클럽 의장인 요르단의 하산 왕자가 주관하는 ‘세계 에너지회의 2006’도 전시장 내에서 열렸다. 하산 왕자는 “사하라 사막에 대단위 태양열발전소를 건립하면 유럽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하노버=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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