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요? 마셔 없애면 됩니다”…시민들 ‘먼지와 共生’ 익숙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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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거리는 밤새 물청소라도 한 듯 깨끗했다. 켜켜이 쌓여 있던 황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누가 청소했을까. 황사를 청소한 것은 환경미화원이 아니라 거센 바람이었다.

23일 밤 베이징 시내에는 강풍이 불었다. 초속 10.8∼17.1m나 되는 바람 때문에 보행이 힘들 정도였다. 밤에 불었기에 망정이지 낮에 불었다면 외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것이 쌓여 있던 황사가 다시 바람에 날리는 현상이다. 그래도 베이징 시민들은 잘도 돌아다닌다. 17, 18일은 ‘5년 만의 최악의 황사’에 바람까지 불어 눈뜨고 다니기가 힘들었지만 이를 겁내는 사람은 외국인밖에 없는 것 같았다.

“황사가 어디 멀리 가나요. 사람이 다 마셔 없애는 거지요, 뭐.”

베이징에서 5년째 택시운전을 한다는 자오아이민(趙愛民·43) 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황사를 반기는 사람도 있다. 세차장이나 미용실, 이발소 주인은 황사가 닥치면 오히려 좋아한다. 사막에서 날아온 황사가 쌓여 있다가 바람에 날리면 더욱 즐거워한다.

20일 파즈(法制)만보에 따르면 황사 현상이 한 번 올 때마다 베이징 시내 전체 세차업소의 하루 이익은 평소의 배인 1000만 위안(약 12억 원)에 이른다. 가정의 청소 일을 맡아 하는 이들도 8만 시간의 일감이 늘어나 황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 시 정부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22일 오후 몽골과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생한 황사가 23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했다. 올해 들어 벌써 11번째로 지난해보다 5차례 더 많다. 27일경 또 한 차례 황사의 습격이 예상된다.

황사가 날아오면 양호한 공기도 곧바로 심각한 오염 상태로 변한다. 잦은 황사 때문에 베이징의 봄 공기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혼탁하다.올해 황사가 많은 이유는 크게 3가지. 중국 북방 지역의 겨울철 평균온도가 예년에 비해 1.2도 높았다. 강수량은 되레 줄었다. 몽골 지역에서의 회오리바람도 잦았다. 베이징 시는 22일 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극단적인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시내 8254곳, 3600만여 평의 공사장과 놀고 있는 땅 1588곳의 소유주에게 이달 안으로 먼지가 절대 날리지 않도록 하라고 단속 지시를 내린 것이다.

베이징 시 먼지의 60%는 사막에서, 나머지 40%는 공사장이나 주변 황무지에서 날아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2000년 들어 중국의 사막화 진행 속도는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말에는 매년 3436km²의 사막이 늘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강력한 녹화사업 등으로 최근 5년 사이에는 사막이 매년 1283km²꼴로 줄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사막은 173만9700km²로 여전히 국토의 18%를 차지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베이징의 황사는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녹색 올림픽’을 꿈꾸는 베이징 시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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