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퇴임 앞둔 고이즈미, 아베 ‘포스트 고이즈미’ 굳히기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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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독도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EEZ) 수로탐사 계획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관방장관이다.

가장 유력한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꼽히는 그는 일본의 대내외 정책에서 줄곧 초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런 그의 든든한 후견인이다.

아베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묵인 아래 사실상 일본 내정과 외교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 납북 한국인인 김영남 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DNA 검사결과 발표나 미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주일미군 재편 문제, 최근의 강경한 대북정책 등이 모두 아베 장관의 작품이다.

9월 은퇴를 앞둔 고이즈미 총리가 그에게 ‘총리 실습’을 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모든 미디어가 아베 장관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해도측량 주무부서인 해상보안청은 측량선이 도쿄(東京) 항을 출발했다고 알려진 18일 밤부터 “해상보안청이 발표한 내용이 아니라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함구로 일관했다.

그러나 정작 아베 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비록 간접화법이긴 했지만 조사선 출항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수로탐사와 관련해 한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사는 한국도 하고 있다”면서 “서로 냉정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18일에도 이시카와 히로키(石川裕己) 해상보안청 장관을 총리관저로 불러 “안전에 유의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한 걸음 뒷전에 물러서 있는 듯한 자세다. 19일 오후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 싶다”며 한국과의 외교적 절충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쪽도 아베 장관이었다.

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대내외 정책에서 초강경으로 치닫는 ‘아베 컬러’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대한 고려로 강경한 대외정책 카드를 빼어드는 일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노선을 이어갈 후계자를 키우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의중은 여기에 상승 작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의 국내 기반 강화를 모색하는 이들의 의기투합은 당분간 동북아시아에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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