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美-中 아닌 국내문제 골몰”

  • 입력 2006년 4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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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생각부터 할까? ‘미중 양국이 21세기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한 구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대학원(HEI) 중국연구소의 샹란싱 교수는 “중국 지도자, 특히 후 주석은 국제문제는 안중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1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후 주석의 최대 고민은 ‘최근의 농업세 인상에 농민이 불평하지 않을까’이거나 ‘물러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왜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문제는 우선순위가 한참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는 제대로 된 중국 이해를 위해서는 ‘베이징(北京) 내치’가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워싱턴 내 수많은 중국 전문가가 이를 간과하는 바람에 중국어를 못하는 전문가가 쓴 (핵심을 놓친) 보고서가 양산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닉슨 대통령은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주석에게 “당신이 세상(냉전시대 대결구도)을 바꿨다”고 운을 뗐다. 미소 대결구도에서 중국과 미국이 손잡은 것에 의미를 부여한 말이었다. 그러나 마오 주석은 “베이징 시내만, 잘 봐줘 봐야 베이징 외곽 정도만 바꿨을 뿐”이라고 답했다. 냉전의 틀을 바꾸는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은 문화혁명의 실패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샹 교수는 “워싱턴의 몰이해는 중국의 암호처럼 감춰진 구호 탓도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대외정책의 골간으로 알려진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롭게 일어선다).

그는 “워싱턴은 화평굴기를 절반만 이해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경제개발, 냉전대결 구도 회피’를 입에 올리지만, 화평굴기라는 표현을 만든 당 선전이론가 정비젠(鄭必堅)은 “이 말은 민주적 리더십 부재라는 정통성 결여를 경제성장으로 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후 주석은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냐 아니냐는 식의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제3의 대안’을 생각한다는 점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정치철학의 차이, 양국 간 이해 부족이 두 정상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게 샹 교수의 분석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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