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엔진 멈추면…세계경제 ‘조마조마’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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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계 경제를 바짝 긴장시켰던 중국 경제 ‘하드랜딩(Hard Landing·급격한 경기 위축)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미 급속한 경기 냉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1990년 이후 최저 성장률 전망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중국 경제 포럼’에서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다이애나 초이레바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제개발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급격한 경기 변동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전망한 내년 중국경제 성장률은 5%대로 지난해 9.9%의 절반 수준.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경제분석가도 중국 경제의 급강하를 예상했다. 그는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의 성장전략이 ‘위험지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중국 국가통계국과 베이징(北京)대는 ‘중국이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했다’는 요지의 공동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기 활황이 아니라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엔진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중국 성장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를 몰고 올 가장 큰 요인으로 미국의 소비 둔화를 꼽았다.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수요 감소와 반중(反中) 감정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에 적신호를 던져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외자 기업에 동일한 법인세율을 적용하려 하자 최근 미국 기업들은 줄줄이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79년 이후 500억 달러에 이르렀던 미국의 대중(對中) 투자가 지난해를 고비로 빠르게 줄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 중국 소비심리는 아직 ‘겨울’

지난달 폐막된 제10기 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들이 쏟아졌다.

대회 폐막 때 통과시킨 ‘11차 5개년(2006∼2010년) 계획 요강’은 이 기간의 성장 목표를 연평균 7.5%로 잡았다.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에 집착해 온 중국 정부가 방향 전환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내건 정책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내수를 촉진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런 소비 진작책이 별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 수준에 불과해 자체 소비 확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보다는 중국 정부가 연금, 의료보험, 교육 분야에 공공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안정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정치·경제 개혁의 ‘2중 과제’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중국의 현재 경제성장 속도는 과거 일본, 한국, 대만이 고속성장 가도를 달릴 때보다는 완만하다는 것이다.

영국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로저 부틀 사장은 “중국 경제는 정부 통제 아래에 있는 까닭에 개방경제 체제에서와 같은 심각한 불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불길한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중국 관련 특집에서 “중국은 민주주의 확대와 급속한 경기 하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개혁조치 강구라는 ‘2중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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