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군 2조원투입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자…美 보잉社로 기울어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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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엘타사의 기종에 탑재할 미제(美製)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이 늦어져 경쟁사인 미 보잉사 기종의 선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16일 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엘타 사의 협력업체인 미 D사가 지난해 말 엘타사의 EX 기종에 탑재될 핵심 통신장비들의 한국 수출승인을 요청한 데 대해 최근 미 정부는 ‘DSP-5’ 승인만을 내줬다.

DSP-5 승인은 인터넷이나 홍보자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 장비의 기본성능과 정보만을 구매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으로 수출승인의 가장 초보단계다.

D사가 수출승인을 요청한 품목은 항공기용 위성통신장비와 피아식별장비, 항공기 간 전술정보를 교환하는 데이터 링크 등 EX의 핵심 통신장비로, 이는 미국의 수출통제품목으로 묶여 있다.

EX 사업은 2조 원을 투입해 2012년까지 4대의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엘타사는 DSP-5만으로는 장비의 성능평가에 필수적인 구체적 기술자료를 국방부에 제출할 수 없다”며 “해당 장비를 한국에 수출하려면 미 정부로부터 추가로 ‘DSP-85’ 승인과 기술지원동의(TAA)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DSP-85 승인과 TAA는 업체가 해당 장비의 구체적인 성능수치와 기술자료를 구매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으로 상당 내용이 기밀이어서 미 정부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두 가지 승인까지 모두 받으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며 “현재로선 엘타사와 D사가 국방부와 약속한 다음 달 말까지 추가 승인들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EX 기종을 선정하려다 보잉사와 엘타사가 핵심 통신장비들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승인을 얻지 못해 이들로부터 기술자료를 제출받지 못하는 바람에 성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5월 말로 선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보잉사는 미 정부로부터 해당 장비의 수출승인을 받은 뒤 관련 자료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엘타사는 4월 말까지 수출승인을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엘타사가 기한 내에 통신장비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승인을 받지 못하면 보잉사가 EX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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