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 등 항만 6곳 경영권 아랍계 기업에 매각 논란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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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저지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주) 마이애미(플로리다 주)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 주) 볼티모어(메릴랜드 주). 모두 미국 동부·남부 지역의 관문이다. 그런데 이 6개 항만의 경영권이 영국 기업에서 아랍에미리트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자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지금 워싱턴에선 항만 경영권을 놓고 때 아닌 국가안보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영국 기업인 P&O가 6개 항구 경영권을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 ‘두바이 포트월드’에 팔아넘긴 게 발단이 됐다. 가격은 68억 달러. 이 회사는 지난달 개장한 한국 신항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항만경영 전문기업.

그러나 미국 의회는 공화·민주당 구분 없이 “주요 테러 대상인 항만시설을 아랍 기업에 넘겨줘선 안 된다”며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회는 특히 알 카에다가 9·11테러 당시 아랍에미리트를 운영기지로 썼고, 파키스탄의 핵 부품도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북한 리비아 이란으로 수출됐다는 정보까지 들이댔다.

뉴욕 주가 지역구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21일 행정부 공격의 선봉에 섰다. 국가안보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워 전쟁도 마다않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항만 운영권을 외국기업에 넘겨준 것은 모순의 극치라는 논리다.

그는 “이번 거래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으며 두바이포트월드의 P&O 인수를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파타키(뉴욕), 로버트 얼리치(메릴랜드) 주지사는 “항만 인수가 공식화되면 주(州) 항구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전면 취소할 수도 있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국가안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만큼 이번 계약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거래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왜 영국 기업의 우리 항구 운영은 괜찮고 중동 기업은 안 되느냐”며 “항만 안보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번 거래로 미국이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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