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하마스 길들이기’ 나서나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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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총선 압승은 당사자인 하마스조차도 놀란 일대 사건이었다. 서방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첫 조건으로 민주적 선거를 요구한 게 다름 아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하마스가 전면에 나선 만큼 이스라엘에서도 강경론이 득세할 게 분명해 보인다. 3월 총선에서 강경 리쿠드 당이 이기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

▽미국 팔레스타인 원조중단 검토=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6일 하마스의 승리 직후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목표가 이스라엘의 파괴라면 하마스는 평화의 파트너가 아니다”며 하마스에 ‘이스라엘 파괴 노선’의 포기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상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회 일각에서는 올해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원조자금을 중단토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하마스의 승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강경론 득세 확실=이스라엘은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10여년간 팔레스타인에 얼마의 땅을 양보하고 얼마의 땅을 보유할 지를 놓고 강온파로 분열돼 있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국경선을 긋는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분리장벽은 자살폭탄 공격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분리장벽을 쌓는데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의 집권은 3월 총선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중도파 ‘카디마(전진)’당보다는 우파인 리쿠드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는 “하마스가 승리한 것은 (카디마당을 만든 아리엘 샤론 정권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데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정국 미지수=파타당 소속의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 4년 임기로 선출됐다. 사임할 이유는 없다. 부시 대통령도 아바스 수반이 자리에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니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파인 하마스의 총선 승리로 정부 대 정부의 협상에 제동이 걸린 만큼 ‘제3의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 지도자 마무드 자하르는 무장투쟁 노선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화답할 경우 지난 1년 동안의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일단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하마스는 휴전기간 동안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 132석 가운데 하마스가 76석을 확보했으며 파타당은 43석을 얻는데 그쳤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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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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