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 제조사 책임” 국내외 통틀어 처음 인정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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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함박웃음미국 고엽제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26일 나오자 베트남고엽제후유증전우회 회원들이 법정 밖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 함박웃음
미국 고엽제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26일 나오자 베트남고엽제후유증전우회 회원들이 법정 밖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피해에 대해 고엽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나온 적이 없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엽제 상이 등급에 포함되지 못해 이번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고엽제 피해자 3만 여 명도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할권 등 모두 인정=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국내 법원의 재판 관할권, 미국 제조사들이 생산한 제품의 결함, 고엽제와 참전 군인들의 질병 간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관할권과 관련해 재판부는 한국이 소송을 제기한 참전군인들의 생활 근거지이자 피해 질병이 발생한 곳인 데다 배상액을 지불할 수 있는 미국 제조사들의 재산이 국내에 있어 국내 법원도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또 자국민(한국인)들이 본 피해에 대해서는 국내 법원이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물 책임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 다른 고엽제 제조회사가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를 밑도는 고엽제를 만든 사실을 지적했다. 다른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음에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다이옥신이 포함된 고엽제를 만든 제조사는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참전군인들과 고엽제 사이의 인과관계는 가장 큰 쟁점이었다. 질병과 고엽제의 직간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다이옥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밝혀진 적이 없는 만큼 질병과 고엽제의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도 고엽제의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학적 인과관계란 특정 집단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질병의 원인, 지역, 식생활 등의 특징에서 법칙성을 찾아내 질병의 원인이 될 만한 공통 인자를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다.

▽“신중한 결론을 내렸다”=미국 제조사 측은 민법상 손해배상 소송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인과관계가 확실히 밝혀진 적이 없는 사건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우케미컬사 등은 전시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지시로 고엽제 제조 및 공급을 강요받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고엽제 후유증 사건과 관련해 한국 미국 등지에서 여러 재판이 있었지만 고엽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몇 달에 걸쳐 수십만 쪽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검토해 신중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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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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