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에너지 신사협정’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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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확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동맹’을 맺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인도가 12일 라이벌 관계를 청산하고 해외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출혈 경쟁으로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치솟은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무리한 출혈 경쟁=인도는 지난해 12월 나이지리아 유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입찰에서 20억 달러를 제시해 낙찰이 유력했다.

그러나 인도 의회가 “가격도 비싼 데다 위험 요소가 많다”며 반대하면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재빨리 2억7000만 달러를 추가로 제시해 낙찰을 받았다.

중국과 인도는 또 카자흐스탄의 3위 석유업체인 페트로 카자흐스탄의 인수와 에콰도르의 유전 개발, 아프리카의 그레이터 나일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을 치렀다.

싸움의 결과는 3 대 1로 중국의 승리. 인도는 아프리카 그레이터 나일 프로젝트 참여만 따냈다. 그러나 상대방을 따돌리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산유국 배만 불린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공동 진출로 상호 윈윈=양국이 제휴해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한 분야는 에너지 탐사에서 유전 확보, 원유 수입, 마케팅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이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유전 개발과 석유 확보를 위한 공동 진출.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국제 입찰에 함께 참여해 시리아의 석유업체 알 푸라트 석유공사(AFPC)의 지분 37%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양국은 앞으로 아프리카 수단의 에너지 사업에도 공동으로 참여한다.

양국은 이 같은 공동 진출을 통해 산유국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적정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공생 전략 계속 유지될까=그러나 이런 공생 전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지금까지의 경쟁 결과에서 보듯 양국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연간 1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흑자와 7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은 외환보유액 1000여억 달러에 무역적자국인 인도를 언제든지 따돌릴 수 있다. 특히 전략적 가치가 큰 유전의 경우 이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또 양국의 석유 소비량은 매년 15% 안팎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에너지 확보는 양국 모두에 초미의 과제나 다름없어 양보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서방의 한 에너지 분석가는 “정부는 문서로 협약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과정에서 동맹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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