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환자가 수술병원 선택…대기시간 크게 단축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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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영국 의료계가 시끄럽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종합병원을 직접 선택하도록 한 의료개혁이 실시된 여파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환자들이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일부 병원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정부, 의료혁명 시행=2005년까지 영국에서는 1948년 출범한 국가의료제도(NHS)의 틀이 유지돼 왔다. NHS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사회복지제도의 일부로 치료비는 국민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국가가 부담한다.

NHS제도에서는 주치의인 일반 개원의(GP)가 기초 진단과 치료, 예방 등을 맡고 전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지정된 종합병원으로 보냈다. 그러나 종합병원에서의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환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대기시간이 18개월이었던 사례도 있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GP가 종합병원 4곳 이상을 제시하고 환자가 이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개혁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했다. 더 타임스는 개혁안 시행 첫날 런던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평소 6개월 이상 기다렸던 수술을 예약 다음 날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제점 아직 많아=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종합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종합병원의 진료과목과 등급, 대기시간, 병원감염, 청결상태 등을 담은 안내문도 GP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동안 공공영역에 안주해 있던 GP와 종합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닥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나은 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병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런던지역의 종합병원을 위해 활동하는 한 압력단체는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올해 종합병원 중에서 파산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2008년까지 환자가 고르는 진료과목과 대상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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