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제작비-소재빈곤 허덕등 울고싶은 할리우드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코멘트
새해가 밝았지만 미국 할리우드의 분위기는 침울하기 그지없다. 2005년 미국 내 영화 관객이 2004년에 비해 6%나 줄어든 데다 3년 연속 감소해 2002년에 비해서는 12%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에 따라 소니사와 파라마운트사 등이 마케팅 담당 중역을 잇달아 해고하는 등 영화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유럽 국가들도 독일이 20% 이상의 관객 감소를 보인 것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도 10% 이상 영화 관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 때문일까. 여러 뉴스매체가 저마다의 분석과 전망을 싣기 바빴지만 제기되는 이유도 처방도 가지각색이다.

▽LA타임스 “규모가 문제”=이제 관객들은 규모가 크고 입소문이 날 만한 영화만을 찾는데 영화사들은 아직까지도 제작비가 덜 드는 영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영화 길이가 너무 긴 것도 문제. 세 시간 넘는 ‘킹콩’이 더 짧았다면 훨씬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았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DVD시대 온다”=영화관이 ‘돈을 내면 뭔가 보여주겠다’고 유혹한다면 DVD는 ‘돈을 내면 DVD라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준다’며 유혹한다. 대형 와이드화면과 5.1채널 사운드로 무장한 홈시어터는 집에서도 과거 영화관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충족감을 맛보게 해주므로 영화관의 관객 감소는 자연스럽다.

▽연예전문지 백스테이지 “영화관이 축제성을 상실했다”=과거에 영화관은 친구나 친지들이 어울려 “뭔가 일을 벌이러 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축제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복합화 기능화되고 있는 영화관 자체가 이런 축제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

▽독일 도이체벨레 TV “지역적 소재 발굴 필요”=유럽 전반에 걸쳐 영화 관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클로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 ‘월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 등 자국 내 소재의 영화가 많이 등장했던 영국은 오히려 관객이 늘었다. 독일에서도 인접국인 스위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흰 마사이’는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워싱턴포스트 “영화관 갈 조건이 악화됐다”=최근 뉴욕 워싱턴 등의 일부 영화관 입장료는 10달러(약 1만 원)에 이른다. 영화관까지 차를 몰고 가는 데 필요한 연료비도 높아졌다. 영화관에는 휴대전화를 버젓이 받거나 떠드는 관객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미 사회의 보수화 기류에 따라 과도한 섹스나 폭력이 삽입된 영화를 사람들이 점차 기피하게 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영화관이 이같이 쇠퇴의 길을 걷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입장권 수입은 지난해 8억2500만 달러(약 8300억 원)를 기록해 2004년보다 약 7600만 달러(약 770억 원)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