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자위대 활동 확대…세계 분쟁해결 중추기지로”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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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업무를 총괄했던 마이클 그린(사진)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퇴임 일성으로 ‘세계 안보에서 일본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주일미군의 임무를 ‘일본 및 극동 안보’로 국한한 미일 안보조약의 ‘극동조항’에 대해서도 “시대가 바뀐 만큼 벗어날 때가 됐다”며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그린 전 보좌관의 발언은 한국 중국 등 인접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동아시아의 안보 대리인으로 삼아 대중(對中) 전략의 일부를 맡기려는 부시 행정부 핵심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24일 임시 각의를 열어 내년부터 미국과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차세대 해상배치 요격미사일(SM3) 공동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25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일미군 재편 협의에서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극동조항 문제”라며 극동에 대한 위협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조항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일안보조약 6조의 별칭인 극동조항은 주일미군의 임무를 일본 및 극동의 안전보장 유지로 규정한 조항. 일본 영토를 미군에 제공하기는 하되 그 임무를 지역 안보로 제한함으로써 일본은 국제 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린 전 보좌관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주일미군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해 주일미군을 동남아시아와 중동까지 관할하는 분쟁 해결 중추기지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또 “미일 동맹은 이제 세계 전략이라는 문맥에서 고려돼야 하고 일본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해 일본이 이라크 등에서 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같은 맥락에서 “일본이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이미지를 내놓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일 NSC 보좌관직을 사임하고 조지타운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담당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그는 미국 유수의 일본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MD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미일 군사 일체화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일본 방위청은 2014년까지 MD 시스템 개발 비용으로 일본 측이 10억∼12억 달러, 미국이 11억∼15억 달러를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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