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공동체 모델’ 지중해에서 찾다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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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의 모델을 유럽의 ‘지중해’로부터 배운다?

지중해는 고대 아프리카와 오리엔트 문명부터 시작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중세유럽과 비잔티움, 이슬람의 문명까지 동양과 서양의 다채로운 문명들이 가로지른 문명교류의 현장이었다.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연구소장인 박상진(이탈리아어학) 교수를 비롯한 ‘지중해 네트워크’ 소속 학자들이 동서양 역사와 문명의 교차점이 돼 온 지중해를 우리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한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한길HISTORIA)를 펴냈다.

‘지중해 네트워크’는 2002년 문학, 언어, 종교, 역사학 등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후 수차례 학술대회를 열어 국가 중심의 패권주의적 역사관을 극복하고자 해양 중심의 문명사로서 ‘지중해학’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박 교수는 “현재 일방적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세계화’의 대안으로서 다양한 문명이 쌍방향으로 교차하고 소통했던 ‘지중해학’의 모델이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며 “개별 국가와 자민족 중심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사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19세기 유럽 패권주의의 영향으로 지중해는 마치 그리스와 로마만의 무대였던 것처럼 인식돼 왔다”며 “그러나 지중해는 중세의 천년 동안 이슬람의 바다였으며, 아프리카 문명까지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발전시킨 복합문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간 담론으로서의 ‘지중해학’의 개념을 ‘동아시아 공동체론’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해양문화연구소장인 윤명철 동국대 교수는 “‘동아 지중해론’은 이 지역을 한중일 개별 국가가 아니라 해양과 육지의 질서를 공유하고 연결된 하나의 권역으로 파악하는 것”이라며 “이 모델을 통하여 ‘대륙과 반도, 섬’ 또는 ‘중심부-주변부’라는 개념을 벗어나 동북아 각국이 해양을 통해 서로 다양한 교류를 했던 ‘동아시아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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