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자진철회]부시 연이은 악재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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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 마이어스 미국 대법관 내정자가 2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한 대법관 후보에 지명된 지 24일 만에 결국 내정자 자격을 자진 철회하는 형식으로 물러났다.

그는 7일부터 상원 인준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형식은 자진 철회지만 백악관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3일 부시 대통령이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한 이후 공화 민주 양당과 보수 진보 양쪽에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그가 판사 경험이 전혀 없이 변호사로 평생 일해 온 데다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백악관 법률고문까지 장기간 측근으로 일해 온 만큼 정실 인사라는 비판도 많았다.

게다가 낙태를 포함한 각종 정치적 사회적 중요 이슈에 대한 태도를 분명하게 밝힌 기록이 없어 확실한 보수파 대법관을 기대해 온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상당한 반발을 사 왔다.

오히려 그가 낙마할 경우 더 강경한 보수주의 판사가 지명될 것을 우려한 민주당 측이 그의 상원 인준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줄곧 그에 대한 신뢰를 분명히 하면서 보수 진영에 자신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가 상원 인준 절차를 포기하고 물러남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에 최측근인 칼 로브 정치고문 겸 비서실 차장이 연루돼 곤경에 처해 있는 데다 잇따른 허리케인 재난 등으로 지지도가 40% 안팎까지 내려감으로써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비롯해 집권 2기에 추진하기로 했던 각종 정치적 어젠다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함으로써 조기 레임덕 현상마저 우려됐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상당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마저 동의하지 않는 마이어스 내정자의 인준 절차에 부담을 느끼고 그의 자진 철회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새로운 대법관 후보를 내정하겠지만 공화당의 결속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각종 악재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원만한 인준 통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어스 내정자는 앞으로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계속 근무할 예정이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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