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170km가량 떨어진 산악마을 가리하비폴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지진 최대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발라코트 인근에 위치한 이 마을의 어디에도 삶의 활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총인구 3만 명 가운데 지진으로 50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다쳤으며 수천 명은 이슬라마바드 등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
재학생이 200∼500명인 학교 6개가 다 무너져 16일까지 임시휴교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고센트여고는 전체 학생 250명 중 67명만 구조됐으며 나머지 학생은 아직 매몰된 상태다.
저녁 늦게 도착한 마을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부상자들이 몰려 있는 병원에서만 불빛이 새나왔다. 이제는 생존자를 찾는 활동도 없었다. 간간이 코란 읽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구호단체들이 나눠 주는 구호품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구호물자를 노리는 약탈도 성행했다. 구호단체 차량에 파키스탄 무장경찰이 동승해야 이동이 가능할 정도였다. 현지인들은 “구호단체 일행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차량 바깥에 현수막을 포함한 어떤 표시도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병원인 ‘코나르기독교병원’ 주변에는 지진 부상자 수백 명이 3인용 텐트를 치고 이른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리히터 규모 5.6이나 되는 지진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 계속되는 여진으로 건물 안에서는 진료가 힘들기 때문.
이들은 아이들에게 줄 우유와 주식인 ‘차파티’(밀전병의 일종)를 만드는 ‘아타’(밀가루의 일종) 등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병원의 하름 원장은 “기초적인 응급조치만 가능할 뿐”이라면서 “수술할 수 있는 외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시키우(32) 전도사는 “기본적인 가재도구조차 갖추지 못한 채 집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덤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다”며 “낮에도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걱정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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