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비제국, 허리케인-高유가에 휘청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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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소비 제국’ 미국의 위상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6.6으로 105.5였던 전달에 비해 18.9포인트 하락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1990년 10월 이후 최대치이며 9·11테러 직후의 17포인트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또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이는 석유 관련 시설이 밀집된 멕시코 만 일대에 카트리나가 상륙하면서 고유가가 계속돼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

특히 서민층은 유가가 급등해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다른 쪽의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실제로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 월마트는 고유가 때문에 매출증가 속도가 주춤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16일에 발표된 미시간대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3년 만에 가장 낮은 76.9로 추락한 바 있다.

물론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이 꼭 실제 소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1년 9·11테러 직후 소비심리는 곤두박질을 쳤지만 자동차 판매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또 미국 정부가 준비 중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풀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심리 위축은 그동안 미국 소비열풍을 지탱해 온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과 겹친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8월 신규 주택판매는 124만 채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규 주택재고는 46만7000채로 2000년 6월 이후 가장 많다.

더욱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이 ‘좋았던 시절’은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미국인은 집값 상승 때문에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침체나 고유가 때문에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꽁꽁 닫아 버릴 우려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당초 3%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소비 제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여파로 휘청대고 있다. 미국의 소비를 주도했던 집값 상승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춤해졌고, 계속되는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올해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6.6으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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