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산층 학생들과 공부시켰더니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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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이 다양한 학생들을 한 학교에 모아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

교실 내 급우들의 ‘경제적 다양성’을 유도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교육 실험이 미국의 한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25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웨이크카운티 교육위원회는 2000년부터 학생들의 생활 수준을 고려해 학교를 배정해 왔다. 각 학교에서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40%를 넘지 않도록 한 것.

웨이크카운티 교육위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중산층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때 성취도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했다. 센트리 파운데이션의 리처드 칼렌버그 선임연구원은 “이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은 중산층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더 큰 꿈을 꿀 수 있으며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매년 겨울 교육위가 이듬해 새 학교에 재배정될 학생들의 명단을 발표하면 한동안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일부 학생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도심의 학교로 배정 받은 교외의 중산층 학부모들은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위는 학부모 설득 작업에 주력했다. 저소득층 학부모들에게는 “교외의 중산층 학교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중산층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도 신경을 썼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존 길버트 명예교수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중산층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도심 학교들의 질을 높였다. 다양한 마그넷 스쿨을 설립하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 마그넷 스쿨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중산층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뛰어난 시설과 커리큘럼을 구비한 일종의 특성화 학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년 전 읽기와 수학 시험에서 주 학력기준(80점 이상)을 통과한 초등학교 3학년 흑인학생이 40%에 불과했지만 올봄에는 80%로 크게 향상됐다. 전체 통과율도 10년 전 79%에서 올해 91%로 올랐다. 올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도 미국 평균이 지난해보다 2점 오른 데 비해 웨이크카운티에서는 12점이 올랐다.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자 부모들도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10월 교육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정책이 계속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학업성취도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교육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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